박성화 미얀마 감독의 치명적인 실수

    

동남아 축구 - 세계 최고의 축구 열기를 품은 곳

  

동남아 축구는 1950~1970년대 말까지 비록 지난간 한 때이지만 당당히 아시아 축구의 한 축이었다.

  

지금이야 아시아에서도 한참 변방 취급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에게 월드컵 본선무대는 동경의 대상일 뿐이던 당시,, 

우리가 차범근, 김재한, 조광래, 이회택, 조영증, 김황호, 이영무, 신현호 등으로 국대를 이루던 시절,,

동남아 국가에서 열리는 메르데카배, 킹스컵, 머라이언컵 등 이러한 대회는 올드 축구팬들에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박스컵(박대통령배)과 더불어 김일의 프로레슬링, 그리고 홍수환, 유제두, 김성준, 박찬희, 김상현 등의 프로복싱과 함께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거리 중의 하나였다.  

  

이스라엘이 유럽으로 빠져나갔고 일본은 아직 기를 펴지 못한 상태였고 중국도 아직 국제 축구 무대에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며 쿠웨이트와 사우디 이외의 중동세가 본격적으로 아시아 축구의 한 축을 담당하기 이전이던 그 당시에 동남아 축구는 이미 당당히 아시아 축구의 한 축을 형성했었다.

    

당시에도 우리는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했으면서도 미얀마, 말레시아, 태국 등에게 늘 고전했었으며 1960년대에는 버어마(지금의 미얀마)가 아시아 최강의 시절을 구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동남아 축구는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급격히 성장한 한국과 1990년대를 전후로 전력이 급상승한 일본이 부상하면서 동북아 축구와 동남아 축구의 격차는 가속화 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호주가 아시아로 편입되고 우즈벡으로 대변되는 중앙아시아의 강세까지 이어지면서 축구 경기력 측면에서 동남아 축구는 아시아에서도 잊혀진 머나먼 변방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 경기력 측면에서만 이야기 한 것일 뿐,,

월드컵은 고사하고 아시안컵 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는 동남아의 축구 열기는 아시아 최고의 리그라고 자처하는 K리그와 J리그조차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열광적이다(열광적이다 못해 광적이다).

    

  

미얀마를 충격에 빠뜨린 박성화 감독의 실수

    

동남아 축구팬들에게는 경기의 수준을 떠나 '나의 팀'이 있는 자신들의 리그에 열광하고 아시안컵에서조차 명함도 못내미는 대신 동남아시안컵인 '타이거컵(특이하게도 호주가 유일하게 비동남아 국가로서 회원국이다)'이 그들에게는 곧 월드컵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는 동남아 축구의 분위기와 열기 속으로 박성화 감독은 많은 기대를 받으며 동남아 축구 강국 미얀마 국가대표 감독으로 취임했었다. 

  

그러나 미얀마는 44년만에 개최된 제27회 동남아시안게임 축구에서 4강 진출을 목전에 두고 탈락하여 우승을 기대하던 미얀마 축구팬들의 큰 분노를 사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를 야기한 원인이 박성화 미얀마 감독의 황당한 실수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인도네시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승1무 승점 7을 기록하며 조 2위에 올라있었고 인도네시아는 1승1무1패 승점 4으로 3위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미얀마가 인도네시아보다 승점 3이 더 많았으며 골득실 차는 미얀마는 +5 인도네시아는 -2를 기록 중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미얀마가 인도네시아에게 지더라도 승점은 같아지고 미얀마가 골득실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대패만 하지 않는다면 미얀마의 4강 진출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방식일 뿐, 문제는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이 두 팀의 승점이 같을 경우에 승자승 원칙을 최우선으로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즉 월드컵과 달리 맞대결에서 이긴 팀의 순위가 높아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는 최종전에서 인도네시아에게 0-1로 졌다. 

두 팀의 승점은 7로 같아졌고 골득실에서는 여전히 미얀마가 우위를 점했지만 승자승 원칙이 우선 적용되므로 최종 순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2위로 올라섰고 미얀마는 3위로 떨어졌다. 

    

  

현지에서 이러한 승자승 원칙이 우선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유일한 한 사람이 바로 다름 아닌 미얀마의 사령탑인 박성화 감독이었다.

  

미얀마 현지 언론에 의하면 박성화 감독은 크게 패하지만 않으면 4강에 오를 수 있다고 착각한 채 4강 토너먼트를 대비해 주력 선수들을 대거 쉬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얀마는 전반 35분 선제 결승골로 인해 0-1로 졌으며 승자승 원칙에 의해 탈락하고 말았다.

박성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규정을 알게 됐다며 책임을 시인했고 우승을 기대했던 홈팬들은 폭동까지 일으키는 등 촉발된 분노를 한동안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전적으로 박성화 감독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너무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대회의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하는 책임자로서 결과의 모든 1차적인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데, 게다가 대회 규정을 잘 몰랐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박성화 감독의 치명적인 실수인 것이다.  

   

이로 인해 한 때 한국 청소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었으며 국내와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박성화 감독은 '미얀마의 히딩크'가 되는 것은 고사하고 이번 실수로 인해 자신의 지도자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향후 아시아 각국의 지도자로 진출하는 감독들은 이번 박성화 감독의 사례를 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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