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의 최대 관건은 견고한 수비라인과 체력
최상의 조? 혼돈의 조?
마침내 브라질월드컵 조추첨이 끝났다.
홍명보호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은 벨기에-러시아-알제리와 함께 H조에 편성되었다.
이번 조추첨 결과를 두고 무난한 조편성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는 곧 상대국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안심할 수도 없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다.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제1라운드인 조별예선리그를 통과하여 제2라운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승점은 최소한 1승2무의 5점이다.
물론 월드컵 본선에서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지만, 세 팀이 물고 물리는 혼전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2승1패를 하고도 탈락할 위험은 존재한다.
어쩌면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우리 한국이 속한 H조가 이런 기가 막힌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리가 속한 조에서 말리가 동네북이 되고 프랑스가 초반 부진하여 2무를 기록하면서 한국과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 모두 조별예선 최종전까지 최종 진출팀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적이 있었으며 그 결과 우리는 1승1무1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반면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똑같이 1승1무1패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이는 아르헨티나라는 확실한 강자가 변수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우리가 꼭 이겨야 할 팀과 지지 말아야 할 팀과의 승부에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브라질월드컵 H조의 팀들을 보면 벨기에라는 신흥 유럽강팀이 1번 시드로 자리잡고 있으나 최근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했고 전통적인 강호인 스페인, 독일, 아르헨티나, 브라질, 이탈리아에 비해 여전히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 뿐만 아니라 벨기에와 러시아의 입장에서 더욱 고무적인 상황이며, 러시아의 경우 조1위에 대한 노림수까지 숨기지 않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우리는 비록 1.2군의 러시아에게 1대2로 패하긴 했지만 경기를 지배했었고, 벨기에와 팀컬러가 비슷하고 랭킹 차이가 별로 없는 스위스에게 2대1로 복수를 한 바 있는데다 그동안 아프리카 팀들에게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강팀이라 할 수 없는 알제리가 속한 이번 조편성을 최상의 조로 여기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와 같은 개연성으로 미루어 볼 때 H조에 속한 팀들은 물고 물리는 혼전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물론 우승후보와 강팀이 속한 조보다는 분명 해볼만한 상황이지만, 러시아와의 첫 경기 결과에 따라 천당과 지옥의 극단을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만의 플레이, 견고한 수비라인과 체력이 관건이다
조별예선 상대국에 따른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가 어떤 팀이든 우리만의 플레이를 펼쳐낼 수 있는가?'이다.
손흥민-김신욱-이청용-구자철(or 이근호, 김보경)된 공격라인과 기성용이 포진한 중원라인은 디테일한 전술적 부분과 골결정력을 다듬는다면 어느 팀을 상대하든 해볼만한 전력을 구축했다고 본다.
기성용의 파트너로서 홀딩역할을 담당할 선수로는 현재 한국영이 유력한데, 기성용의 수비부담을 줄이면서 공수조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홀딩맨의 적절한 조합과 배치가 이루어진다면, 이제 남은 부분은 수비라인과 체력 문제가 관건이 된다.
우리만의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첫째, 90분+α 타임의 계속된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는 강한 체력과
둘째, 안정된 수비라인의 기반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2년과 달리 해외진출 선수가 많아진 상황에서는 분명 소집기간의 한계가 존재하므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합숙과 훈련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체력적인 부분은 이제 선수 개개인에게 유보된 상태이다.
그러나 안정된 수비라인의 구축은 감독의 적합한 선수 선발과 베스트11의 가시화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 완성도에 달려있다.
홍정호-김영권으로 유력시 되는 센터백라인은 일단 차체하고,, 아직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좌우윙백에 대한 포지션 균형과 공수 밸런스는 여전히 홍명보호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최근 몇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박주호, 윤석영, 김창수 대신 이용·김진수가 주로 기용되었지만, 아직 A매치 경력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완전한 검증이 끝났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며 월드컵 본선과 같은 큰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제 브라질월드컵까지는 불과 7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조편성 그 자체에 대한 전망과 경우의 수를 미리 가늠해 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같은 조에 속한 상대국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현상황에서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부분들을 제거해 나가야 하는 작업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사상 첫 원정 16강 목표를 이루어 냈지만, 강팀 우루과이를 상대로 경기를 지배하고도 수아레스의 결승골에 분루를 삼키며 8강 진출에 실패했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아쉬운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과 역대 최대의 유럽파들이 합류한 우리의 브라질월드컵 대표팀도 어쩌면 이미 황금세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대한대로 무난한 조편성까지 이루어졌다.
팬으로서 이제는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우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