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 예선 1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한 가지 주목할만한 특징이 보인다,

바로 언더독들의 발전이다.

 

아시아 축구 변방으로 취급받던 동남아 축구와 중앙아시아 축구 수준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올라왔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도 이 팀들은 여전히 아시아 축구의 약팀들이며, 아직까지 이변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에 비해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 내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한때 아시아 축구의 한 축이었던 동남아 축구

 

그래도 동남아 축구는 한때 아시아 축구의 한 축이었다.

 

중동 축구가 오일 머니를 무기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아시아 메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직전인 1970년~ 1980년 대 초기까지 동남아 축구는,,

아시아의 전통 강호이자 동아시아 최강 한국, 북한과 더불어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중동 축구는 아직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전이었고, 대신 1970년까지는 이스라엘이 서아시아를 대표하고 있었고, 호주가 AFC와 오세아니아, 유럽 등으로 들락날락거렸다.

 

오래전 한국을 위협했던 팀은 바로 이스라엘, 호주(최근에 완전히 AFC에 편입되기 전에는 왔다 갔다 했었음), 북한을 제외하면 동남아의 버어마(지금의 미얀마)였던 적도 있다.

그리고 올림픽 예선 등.. 중요한 대회의 길목에서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번번이 한국의 발목을 잡은 적도 많았다.

 

그 이후 중동의 모래 폭풍이 등장하면서 동남아 축구는 서서히 몰락하고, 아시아 축구는 중동과 동아시아 양 축으로 나뉘기 시작하는데, 실질적으로는 한국 VS 중동의 구도가 형성된다.

 

왜냐하면 이때까지는,,

  • 일본이 아직 동네북이었고,
  • 중국 축구가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올랑 말랑 할 때였으며,
  •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오히려 한 수 위로 평가되던 북한이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의 경기 도중 벤치까지 뛰쳐나와 심판을 집단으로 두들겨 패는 바람에 국제적 징계를 받아 약 3년인가 A매치 경기에 출전을 못하게 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축구의 등장과 호주 AFC 편입

 

소련이 해체되고 소련 내 연방 국가들이 독립을 하면서 중앙아시아 축구가 아시아로 편입된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바로 이런 팀들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첫 아시안 게임 출전인 히로시마 대회에서 한국을 4강전에서 1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경기는 일본을 8강에서 꺾은 한국의 일방적인 양상이었는데,,

우즈벡은 단 한 번의 역습 중거리 슈팅 1개가 골로 연결되었고,

한국은 수 십 개의 슈팅을 때렸으나 정말 무슨 魔가 끼었는지, 우즈벡 골키퍼 선방, 골대 맞히기, 오프사이드 등으로 운도 지지리도 없이 골이 들어가지 않아 0대 1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이때의 패배가 한국이 우즈벡을 상대로 기록한 유일한 A대표팀 패배다.

그래서 지금도 우즈벡은 한국과 경기를 하게 되면 "Again 1994"의 슬로건을 외친다.

이후 우즈벡은 중앙아시아 강자로 지금도 꾸준히 아시아 무대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인종적, 문화적으로 사실상 유럽인 호주는 완전히 AFC에 편입되어 2015년 아시안컵을 유지하고, 결승전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로써 아시아 축구는 동아시아 vs 중동 vs 제3 지대(호주, 우즈베키스탄)의 3축 체계로 형성되었다. 

 

2023-카타르-아시안컵-태국과-키르기스탄-경기에서-골을-넣고-환호하는-태국-선수-장면
2023 카타르 아시안컵 태국 vs 키르기스스탄. 골을 넣고 환호하는 태국 선수, 태국의 2대 0 승

 

몇 년 새 달라진 언더독 팀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축구가 많이 발전했다.

이에 자극받은 중앙아시아 팀들과 인도도 같이 경쟁하듯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굳이 박항서(베트남), 김판곤(말레이시아), 신태용(인도네시아) 감독을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이들의 목표 대상은 일단,,

  1. 우선 자신과 같은 수준의 언더독 팀들
  2. 동남아 팀들은 중앙아시아, 중앙아시아팀들은 동남아가 그다음 경쟁 대상이 되었고,
  3. 이들의 공동 타도 목표는 중동의 전통 강호인 이란, 사우디, 카타르, UAE를 제외한 나머지 다크호스 중동 팀들이다.

 

이들의 이러한 목표와 도전 의식은 지금 2023 카타르 월드컵 조별 예선 1라운드에서 명백하고도 인상 깊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 이런 팀들이 강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하거나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지도 않고, 수비에만 치중하지도 않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투지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이러한 언더독들의 도약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언더독들끼리의 경기 자체도 과거와 달리 더 이상 동네 축구처럼 허우적거리는 난장판이 아닌, 꽤 다이내믹한 양상을 띤다.
  • 피지컬 적인 측면은 근본적인 문제여서 아직 한국 같은 강팀에 비해서는 많이 열세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
  • 스피드가 더 좋아졌다. (빠른 거 하나만 장점이었는데 더 좋아진 것 같다)
  • 이제는 이런 팀들도 자신들만의 전술을 운용하려고 애쓰는 것이 확실히 보인다.
  • 외국인 감독들을 고용하고, 유소년 축구에 많은 투자를 시작했다.

 

동남아 축구는 비록 아직까지 변방이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열기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수준이다.

이들의 축구에 대한 사랑은 국대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누가 보면 참 수준 떨어져 못 볼 것 같은 그들만의 프로 리그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일상의 테마인 것이다.

한 마디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부러울 정도로 그 열기가 매우 뜨겁다. (축구팬이라면, 그리고 자국의 대표팀이 메이저 대회에서 선전하기를 바란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것이 동남아 축구가 지금까지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애쓰며 몸부림치고 있는 동기이자 발전의 동력이다.

 

그리고 그 성과가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 과거와 달리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 일단 이들은 강팀을 상대하면서 심리적인 위축을 당하지 않고, 이제는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비만 하지 않는다.
  • 그리고 자신들만의 전술을 펼치려고 애쓰는 모습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물론 쉽지 않지만.
  • 또한 같은 레벨끼리의 경기에서 과거 같으면 비슷한 실력이라도 진흙탕 동네 싸움 양상이었는데,
  • 이제는 양 팀이 어느 대표팀인지 모르고 본다면 나름 서로 수준 있는 경기를 펼치는 것처럼 보인다. 실력이 비슷하니까 박진감도 있다.

 

우즈벡을 맹주로 한 중앙 아시아 팀들의 浮上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첫 출전국임에도  타지키스탄이 심상치 않다. 분명 사고를 칠 것 같다.

그들은 16강은 물론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고, 실제로 상당한 투지와 끈질긴 면모를 보이고 있어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동의 변방으로 첫 출전한 팔레스타인도 어려운 국내 사정 만큼 더욱 결연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언더독들의 과제

 

하지만 이런 팀들이 단기간 내에 기존 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극복 과제들이 여전히 남았다.

 

  • 피지컬 : 단기간에 되는 것도 아니며, 유전적 요인도 있다.
  • 강팀과의 경기 : 강팀들과 많은 경기를 치러 경험치를 높여야 하는데, 랭킹과 인지도가 낮아 매치 성사가 쉽지는 않다.
  • 유소년 축구 : 이들도 유소년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으나 아직 개선점이 많다.
  • 자국 리그 : 열기와 열정은 뜨겁지만, 운영 미숙, 지나치게 과열된 양상에서 간혹 파생되는 승부 조작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지금 우리나라가 남을 걱정하고 격려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파멸적 출산율 급감 사태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지구상에 현존하는 지옥이라는 북한도 출산율이 1.8%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출산율은 0% 대라니.. 이 현상을 대체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해야 할지..)

 

우리 사회는 벌써 軍의 기저 병력 유지조차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현재 황금세대를 구가하고 있는 우리 축구 국가 대표팀의 황금기도 지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군 병력 유지도 안 되는데 스포츠 인재 발굴 시스템이라고 제대로 작동하겠는가?

 

  • 재앙, 멸망 수준의 출산율 급감으로 인해 우리의 모든 경제, 사회 기반이 다 무너질 수도 있다.
  • 민족, 국가 소멸의 경고까지 나오고 있고,
  • 외신에서는 병력 급감으로 북한의 남침까지 우려되는 상황이하는 보도도 있었다.
  • 하다 못해 현재 젊은 층이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블로그, 한류 등.. 콘텐츠를 소비해 줄 미디어 시장의 기반 자체도 연쇄적으로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이런 지경인데도,,

지금 우리 사회는 "눈 떠보니 어느새 후진국이 되어 있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는 요 몇 년 새 아주 참담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굳이 언급하는 것도 내키지 않을 정도다)

 

어쨌거나,,

그래도 지금은 아무튼 일단 이번 아시안컵 우승부터 하고 볼 일이다.

지금은 우리 대표팀의 선전이 그야말로 큰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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