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게 1대 2로 역전패당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결승전 한일전 무산되었고, 일본 축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일본 축구가 충격에 빠질 만도 한 것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일본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그 전설의 1군이 아시안컵을 가뿐하게 들어 올릴 것이라는 걸 당연시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축구 관련 미디어 역시 이번 아시안컵 우승 제1순위로 일본을 꼽았다.
FIFA 랭킨 17위에 이번 대회가 개막되기 전까지 강팀들과의 여러 평가전에서도 파죽지세로 대승을 거둔 팀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결승전 진출을 의심하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이라크에게 패하며 조금 갸우뚱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전까지는..
일본의 이란전 역전패 원인
이번 이란전에서 일본이 패한 요인은 다음과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취약한 수비 라인과 골키퍼 리스크
일본은 센터백을 포함한 거의 모든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일본팀의 전력은 수비 라인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매 경기 실점을 하는 경기 양상은 우리와 다를 바 없지만,,
- 일본의 문제는 의외로 취약한 수비 조직력에
- 높은 타점으로 치고 들어오는 상대의 고공 플레이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며,
- 덩크슛 자책골까지 시전 하는 골키퍼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처럼 피지컬이 강하지 못하다는 것과 김민재와 같이 급이 다른 확실한 세터백 자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부분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이란과의 8강전이었다.
경기 초반 일본은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며, 선취골을 넣고 경기를 주도했으나, 후반전에 이르러 이란의 더욱 강력한 압박 프레싱에 조직력이 급격하게 전체적으로 무너졌다.
일본이 자랑하는 콤팩트한 프로그래밍 축구의 전술적 체계가 무너지게 되면, 일본은 그냥 동남아 팀이 돼버리고 만다.
이것이 바로 일본 축구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란은 강력하고도 선 굵은 피지컬 축구로 이러한 일본의 약점을 철저히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 에이스 이토 준야의 몰락
일본은 실질적인 에이스 이토 준야가 대회 도중 불미스러운 송사에 휘말린 것도 일본팀 분위기를 다운시킨 요인이 됐다.
한국팀의 황의조도 비슷한 케이스지만, 대회 전에 이미 정리가 된 반면, 일본은 대회가 한창이며, 팀에 기여도가 매우 높은 실질적 에이스인 이토 준야의 사태는 일본팀 분위기를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이란과의 8강전을 앞두고 이토의 소집해제 문제를 두 번씩이나 번복함으로써 가뜩이나 경기력 부진에 더하여 불필요한 구설수로 쓸데없이 공력을 허비한 셈이 되었다.
이는 직접적인 경기력 저하의 요인이라 할 수는 없으나, 복합적인 부정적 요인으로 집중력과 팀 분위기를 흐리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피지컬에 압도당한 일본식 전술 무용론
경기 초반 일본은 자신들의 전술적 특징을 살려 점유율을 확보하고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란의 단순하면서도 선 굵은 빠른 역습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드필드 라인에서 거칠고 강한 압박과 수비 라인에서의 피지컬적인 약점이 노출되자 일본의 수비진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동점골을 내주는 상황을 다시 보면 일본의 센터백 두 명이 이란 공격수가 경합을 하는 과정도 아닌데 지레 당황하여 자기들끼리 경합을 하다 흘린 볼이 역전 PK 골 어시스트의 빌미가 된 것이다.
그전에 단 한 방에 수비 뒷공간이 무너지며 아즈문에게 식겁한 장면(오프사이드로 판명으로 골 취소 등)이 몇 번이나 연출된 것은 복선이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일본 특유의 축구는 고사하고, 전체적으로 몰리며 오히려 수세적인 양상이 전개되었다.
전술 자체가 소용없는 이른바 '전술 무용론' 상태가 되면서 일본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평소 메모를 즐겨하는 여우 감독 모리야스도 이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교체 카드도 별 소용이 없었다.
수비 실수가 잦던 이카쿠라를 일찍 교체하지 않고, 오히려 쿠보를 빼면서 그나마 중앙에서의 연결 고리마저 실종되니 일본이 뻥 축구를 시전 하기도 했다.
이란의 압도적인 피지컬에 세컨드볼 확보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페널티 박스에서 정규 시간 종료 직전, 당황한 이카쿠라 코가 PK를 허용하는 결정적인 반칙을 범함으로써 일본은 탈락했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2019 UAE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일본에게 0대 3 패배를 당한 것에 대한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
결국,,
레벨 차이가 별로 없고, 기본기가 갖춰진 강력한 피지컬을 확보한 팀에게는 일본식 전술 축구도 소용이 없다.
자만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
이번 일본의 패인은 비단 선수단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란에게 패하기 직전까지 일본팬들이나 일본 언론들의 극성을 되짚어 보면, 결국 자만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일이든 너무 극성이면, 현실을 제대로 못 본다)
아시안컵 이전에 일본은 세계 강팀들과의 평가전에서 압도적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좋은 모습들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A매치와 메이저 대회는 완전히 다르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아시아 축구 수준이 평준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회이기도 하다.
동남아, 중앙아시아는 물론 과거 중동의 언더독들도 격차를 줄이며 도전해오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축구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아무리 약팀이라도 우승이고 뭐고, 그저 바로 지금 단 한 경이게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경기를 한다.
그들에게 우승은 의미가 없고, 오직 눈앞의 상대를 이기기 위해 모든 체력, 전술적 역량, 사기 등을 총동원한다.
강팀끼리의 대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전의 평가전 A매치 성과와 기록들은 잠시 개나 줘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일본은 스스로의 자만에 무너진 것이다.
이런 부분은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고 경계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온 과정들이 우리에게는 더 약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팀은 부디 방심하지 말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반드시 이번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기 바란다.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아시안컵 우승의 조건, 관건은 체력이다 (로테이션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