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명장 황선홍..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이번 시즌을 시작한 황선홍감독의 '황선대원군'이란 닉네임이 어느새 '명장'으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했다.
황선홍감독은 올해 시즌이 시작될 무렵 모기업인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강산업 불황으로 지원을 축소한 상황에서 외국인 용병들마저 내보내고 새로운 영입은 없었다.
승강제가 시작된 이번 시즌에서 포항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전망은 사뭇 어둡기만 했다.
그러나 황선홍감독은 "올해 포항은 분명 위기다. 하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축구를 잘하는 팀으로 만들자"라는 말을 했고 2013시즌 FA컵 우승으로 FA컵 2연패를 달성해냈다.
만약 이대로 리그 1위를 사수하여 우승을 한다면 FA컵과 리그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며 2013 한국클럽 최강자의 역사를 쓰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황선홍감독이 있다.
황선홍감독은 J리그 무대에서의 득점왕 경험을 바탕으로 J리그의 지향점인 팬들이 원하는 축구, 즉 불필요한 동작을 자제하고 세밀하고 빠르게 전개하는 패스를 한국 선수들의 강점인 스피드와 적극성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은 일명 '스틸타카'로 불리는 현재 포항의 팀컬러로 발전했고, 고무열·이명주를 배출한 포항의 유스시스템과 맞물려 FA컵 우승과 2013 시즌 리그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한국 대표팀 부동의 공수 듀오이자 2002년 영광의 주역이었던 황선홍명보 이 두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대표팀을 함께 이끌었으며, 2002년 이후 10년만에 홍명보감독은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고 황선홍감독은 첫 번째 FA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여전히 대표팀 감독과 명문 클럽팀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선수 시절부터 대표팀 주장으로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했던 홍명보감독에 비해 황선홍감독은 상대적으로 세심하고 배려있는 리더십으로 후배 선수들을 이끌었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황선홍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선수단 관리, 위기관리 능력, 대응 전술 능력 등의 지도력으로 그대로 투영되고 있으며, 열악한 상황의 장기 레이스에서도 명예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축구문화 풍토에서는 언뜻 보기에 클럽팀의 감독이 명예로운 업적과 상징적인 이미지 측면에서 대표팀의 감독보다 못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 되는 대표팀과 달리 주어진 일정한 여건 속에서 많은 일정을 소화해 내면서도 좋은 성적을 이루어내는 클럽팀 감독의 역량은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다.
첼시의 무리뉴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감독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수 없듯이 성격이 다른 대표팀감독과 명문 클럽팀감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지금 포항 스틸러스는 FA컵 4회 우승과 2연패, 그리고 사상 최초로 FA컵과 리그 동시 석권이라는 대기록에 근접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 '명장' 황선홍감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