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의 폭력사태와 정상참작을 할 수 없게 만든 거짓말
- 과거행적에 대한 반성과 사건 이면의 인과관계 사실에 대한 진상을 스스로 지워버린 이천수의 자승자박 -
이번에 또 다시 불거진 이천수의 폭행 사태는 2002년 영광의 세대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축구팬들과 그를 받아들인 소속 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 및 여러 축구 관계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사건이다.
더구나 사건의 진상이 경찰 조사에 의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사건 발표 직후의 이천수에 대한 동정적 여론마저도 이제는 180도로 바뀐듯 하다.
이천수의 진정성과 여론의 반전
처음 이러한 소식이 전해질 즈음에는 피해자가 먼저 이천수에게 시비를 걸어왔는데, 굳이 이천수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해자 측이 상당한 인내심이 없다면 참을 수 없는 조롱과 모욕을 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천수가 시즌 중에 술을 마신 것도 프로 선수, 즉 직장인으로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받아들여졌고,
초기에 흘러나온 팩트로는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개과천선 중에 있는 이천수의 불미스러웠던 과거 행적을 약점 잡아 야비하게 시비를 거는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이천수에 대한 네티즌들의 시선은 이천수의 과거 좋지 못했던 행적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동정적인 여론이 월등히 우세했었다.
불과 하루 전이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건 발생시 동석중이었다던 이천수의 아내는 나중에 이천수를 데리고 온 것이었고, 실제로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도 밝혀짐으로써 이천수의 해명이 거짓으로 밝혀짐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으며, 해당 사안의 발표 직후 이천수에게 동정적이었던 여론도 뒤바뀌고 말았다.
이천수의 이러한 거짓말로 인해 피해자 측은 언론플레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합의를 거부했다고도 하는데, 관련 뉴스보도(SBS 러브FM 한수진의 전망대)에 의하면 피해자가 이천수에게 이면적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단 여기까지의 관련 사항들을 모두 사실이라고 전제했을 때 개인적인 단상은 다음과 같다.
개과천선과 위기모면의 차이
과거 불미스러웠던 일들을 반성하고 새출발과 더불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자 했다면, 이천수는 자신의 기질을 고치는 노력과 함께 그동안 불미스러운 상황을 노출했던 상황을 회피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프로 선수가 술을 마시든 말든 그것은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고 그 결과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므로 개의치 않는다 하더라도 격앙된 분위기에 쉽게 노출되는 기질이라면 술자리는 가급적 피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본인의 마음상태가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이번 일로 인해 그동안 이천수가 K리그로 돌아 오기 위해 보여주었던 일련의 행동들이 아무리 진심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과천선이 아닌 위기모면을 위한 가식적인 노력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부각되는 이천수의 거짓말, 그러나 사안의 이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천수가 폭행을 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된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관련 보도를 보면 이번 사태의 발생 원인과 경과가 드러나 있지 않으며 모든 것이 이천수의 진정성과 과거 행적에 대한 부정적인 개연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천수가 바보가 아닌 이상 먼저 피해자 측에게 시비를 건 것 같지는 않고, 기질적으로 빈정거림을 참지 못해서 벌린 일이라 해도 현재까지 발표된 관련 보도들만 보면 이번 사안에 대한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것은 물론, 이천수가 또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 외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는듯 하다.
경찰 조사에서 어차피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었고 거짓말 한 것이 드러난 이상 이천수는 변명의 여지가 없으나, 일반적으로 술좌석 시비에 의해 발생된 폭력 사안들은 법적인 부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뉜다 해도 경중의 차이를 떠나 잘못은 양측 모두에게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일과 같은 경우 한 쪽은 평범한 일반인이고 다른 한 쪽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이천수는 처음부터 처신에 있어 더 더욱 조심을 했어야 했다.
(근신 중에는 '길이 아닌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폭력을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이천수가 애초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야 자신이 저지른 잘못만 부각되지 않고 이번 사안에 대한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세간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적어도 처음과 달리 완전히 돌변한 여론에 비해 심증적으로 상대적인 동정의 여지가 조금은 남아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결국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했다.
전남에서 코칭스태프와 물리적 충돌, 팀 무단 이탈, 수원 코치진과 불화 후 임의 탈퇴 조치, 심판을 향한 주먹감자 남발 등으로 4년 동안 K리그를 떠나 있어야 했던 이천수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인 축구계와 많은 팬들을 위해, 또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이천수는 더 참았어야 했다.
2002년 전후, 차세대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핵심 자원의 한 축으로서 이타적이고 성실한 박지성과 더불어 화이팅 넘치는 전사적인 유닛으로 촉망받던 이천수는 결국 자기 자신의 기질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2 영광의 세대에 걸맞지 않은 불명예스러운 결말을 맞게 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