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이광종호의 아름다운 패스축구 [U20대표팀 포르투갈전 2대2 선전]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013 터키 U20 월드컵대회 B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피구, 콘세이상 등의 골든제너레이션을 계승하여 실버제너레이션으로 불리는 강팀 포르투갈을 맞아 2대2 무승부로 선전했다.
이번 경기가 고무적인 것은 단순한 스코어 결과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일관했던 A대표팀에 비해 세밀한 패스와 적극적인 압박을 구사하며 투지넘치는 경기내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타일을 유지하는 팀플레이와 흔들리지 않는 밸런스
우리는 이미 멕시코 대회 4강 신화로 붉은악마의 원조가 된 박종환사단의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우리 청소년 대표팀은 FIFA가 기술보고서를 작성할 정도로 탄탄한 조직력과 숏패스에 의한 벌떼축구를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으며,,
태국의 킹스컵인지, 말레시아의 메르데카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회 주최측으로부터 한국 A대표팀 대신 멕시코 4강에 진출했던 청소년팀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까지 했다.
당시만 해도FIFA가 주관한 경기에서 아시아 출신 국가가 4강 안에 드는 사례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또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사단의 태극전사들은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쉴새없이 상대를 몰아치는 파괴적인 압박축구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팀컬러는 한 때 반짝하고 사라졌을 뿐, 그 당시에 이룩했던 유산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일본축구가 어떤 팀을 만나든 자신들만의 팀컬러와 경기컨셉을 유지하는 것과는 매우 상반되는 모습이다.
현재 이광종 감독의 U20 한국대표팀은 그동안의 경기를 통해 어떤 상황, 어떤 환경에서든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일본팀을 보며 부러워하던 일면을 이광종 감독의 U20 대표팀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던 쿠바와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를 보였던 포르투갈에게 일찍 선제골을 내주고도 흔들리거나 주눅들지 않는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이 일단 눈에 띄었다.
세밀한 패스와 적극적인 압박, 그리고 무엇보다 창의적으로 패스 공간을 찾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바로 이 부분이 최근 대표팀의 무기력했던 경기내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덤으로 이광종 감독의 용병술도 뛰어났다.
견고해 보였던 포르투갈의 공수간격과 수비진의 취약한 공간을 노려 측면을 허물기 위해 빠른 측면 자원인 한성규와 심상민을 투입하는 카드는 그대로 적중했다.
이광종 감독은 이미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법과 그것을 팀플레이에 적용하는 방법을 잘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오히려 대표팀이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으로 보여진다.
초반 실점과 세트피스에 취약한 수비 집중력
물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세트피스 상황이나 경기 초반에 쉽게 골을 허용하는 취약한 수비집중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현 U20 대표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축구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쿠바와 포르투갈전에서 세트피스에 의한 선제골을 허용한 장면을 보면 순간적으로 상대 공격수를 놓치거나 골키퍼의 미숙한 볼처리, 혹은 골키퍼와 수비진의 연계 부족 및 패스 미스에 의한 역습 허용 등 수비집중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여러 번 노출했다.
그런데 강력한 프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유럽팀 보다 오히려 개인전술이 뛰어난 남미나 탄력이 좋은 아프리카 강팀을 상대할 경우 수비의 밸런스와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지는 경우가 더 많은데,, 개인기가 좋은 나이지리아와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어쨌든 지역 예선전과 이번 대회를 통해 이광종호의 U20 대표팀은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와 상반된 아름다운 패스축구를 오랜만에 선보이며 축구팬들의 갈증을 달래주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경기가 남아있지만, 지더라도 갈채를 받을만한 화끈한 축구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며, 이러한 경기력을 단절되지 않는 유산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