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기성용이 출전할 수 없는 상태라면 현재 대표팀에서 기성용을 대체할만한 자원이 있을까?
예전에는 구자철이 그 역할을 대체할만한 자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 때 구자철은 수비형 미드필드 포지션에서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었으며 기성용-구자철을 '기라드-구파드(제라드-렘파드) 라인'으로 부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 시절부터 구자철은 본격적으로 공미에서 활약하기 시작했고 당시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뒤 분데스리가(볼프스부르크)로 진출하게 된다.
그 이후 구자철은 주로 공미 포지션에서 활약하게 되었다.
대표팀에서 기성용의 대안을 고민하는 이유는 중원에서 기성용만큼 제대로 공을 소유하고 창의적으로 공수를 연결할만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박주호, 한국영, 장현수, 이명주 등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장점은 공수를 조율하고 볼을 연결하는 링커의 역할보다는 활발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공수에 가담하여 서포트하는데 더 강점을 가진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렇다면 차라리 빌드업 과정에 있어 후방에서 단 번에 공격진으로 정확하게 볼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기성용 부재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홍정호의 빌드업 카드는 가장 적절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 그리고 지금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슈틸리케 감독이 홍정호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생각은 바로 빌드업 과정이나 상대 공격을 차단한 인터셉트 상황 시 단 번에 상대 진영으로 향하는 홍정호의 정확한 패싱력이다.
홍정호의 이러한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조광래 감독은 홍정호를 센터백이 아닌 포백라인 바로 위에 포진시키는 이른 바 '포어 리베로'카드를 사용한 바 있고, 바인지를 감독은 골키퍼로 시작하여 공격을 풀어나가는 팀컬러를 유지하는데 있어 홍정호의 빌드업 능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정호는 센터백임에도 불구하고 아우크스부르크 내에서 볼터치가 많은 선수 중의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홍정호 또한 이러한 역할이 전혀 낯설지 않기 때문에 팀 전체 밸런스가 흔들릴 정도의 포지션 변동이 없다면 적어도 약팀들이 많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전부터 홍정호의 빌드업 카드는 기성용 부재시 매우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 상대들은 비교적 약체이기 때문에 경기 템포가 느리고 수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볼을 많이 소유하여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고 상대 진영에서 볼을 돌리며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내려고만 한다고 해서 효율적인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약팀들을 상대하는데는 어쩌면 단순하지만 선굵은 축구로 이른 시간 안에 득점을 하고, 상대의 반격을 차단한 뒤 카운터 어택을 성공시키는 것이 상대팀들로 하여금 일찍 자멸하게끔 만들 수도 있으며 우리로서는 체력적 안배까지 확보하는 경제적인 축구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구상에서 있어서 홍정호의 빌드업 능력은 매우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카드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것과 기성용의 부재시에 생각해볼만한 B플랜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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