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최대 이변이 발생했다.

이번 대회 자타공인 최강 우승 후보였던 일본이 이라크에게 1대 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D조 2위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굳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독일, 스페인 등을 꺾었던 전적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일본은 이 대회 직전까지 10연승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독일, 튀르키예(터키), 캐나다 등의 강팀들을 큰 스코어 차이로 승리하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4골 이상을 넣는 등.. 일본의 행보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 결과로 일본은 FIFA 랭킹 17위를 기록하며, 한국보다 더 높은 확률로 우승을 점칠 만큼 아시아 팀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첫 경기인 베트남전에서 뭔가 삐끗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무기력한 모습으로 이라크에게 42년 만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일본의 패인

 

이라크전에서 일본은 약 7대 3의 점유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모두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린 점유율이었을 뿐, 

이라크 진영에서는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유효 슈팅도 만회골 슈팅 1개가 유일할 정도로 공수 양면에서 우승 후보다운 강팀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일본의 패인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이라크를 상대로 피지컬 싸움 자체가 안 되었다.
  • 너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멘털이 나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
  • 강력한 상대 압박을 풀어나가는 특유의 미드필드 패스 플레이도 없었다.
  • 제공권 싸움 자체가 되지 않았다.
  • 쿠보의 플레이 메이커 능력은 보이지 않았다.
  • 일본의 수비 라인의 조직력이 허술했다.
  • 일본 최대의 아킬레스건은 수비 조직력과 함께 바로 골키퍼였다, (경험 부족과 결정적인 실수가 많았다)
  • 모리야스가 추구했던 일본의 새로운 효율 축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 정신 상태부터 이라크에게 밀렸다.
  • 일본 기자들이 경기 전부터 모리야스 감독에게 '도하의 참사(우리에게는 기적, 일본에게는 참사)'를 들먹이며 팀킬을 한 것도 부정적인 기운으로 작용했다. (모리야스는 당시 뛰었던 멤버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평가전에서 세계적인 강팀들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 수비적인 전술을 바탕으로 모리야스 방식의 실리축구가 일본이 보유한 기존의 강점과 함께 발휘되는 시너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즉, 독일이나 튀르키예 같은 강팀들은 일본을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본이 이를 적절히 역이용하며 유리한 상황을 전개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약팀을 상대로 오랜만에 주도적인 축구를 하다 보니, 결연한 상대의 강력한 피지컬과 프레싱에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리야스式 실리축구를 한답시고, 기존의 강점인 미드필드 패싱 장악력도 상실된 느낌이다.

이것 역시 이라크전 패인으로 작용했다.

 

이라크는 어떤 팀?

 

세계 강팀들에게도 큰 스코어 차이로 승리를 하던 일본이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도 않았던 이라크에게 덜미가 잡힐 것을 예상한 팬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늘 이란과의 악연 때문에 지긋지긋하듯이 일본에게 이라크 역시 악연이 많은 팀이었다.

 

이라크는 비록 아시아 톱클래스로 분류되진 않더라도 늘 다크호스로 지목되던 팀이다.

상대 팀들에게 이라크의 플레이 스타일은 뭔가 진흙탕처럼 질척거리고 짜증 나는 그런 스타일이다.

 

2007년 아시안컵 당시, 국내 사정으로 훈련장조차 구하지 못했던 이라크팀을 위해 우리는 제주도 전지 훈련장을 임대해 주는 호의를 베푼 적이 있다.

그때 평가전에서 우리가 3대 0으로 이겼지만, 정작 아시안컵 4강전에서는 우리가 이라크에게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탈락했고, 이라크는 당시 대회 우승을 차지했었다. (여우 같은 팀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한국팀은 16강전에서 일본이든 이라크든 굳이 상대를 가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손흥민-이강인이-있는-한국-축구-대표팀과-일본-대표팀-비교-이미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 vs 일본 16강전 가능성

 

한국과 일본이 16강전에서 만나는 것은 아시아 축구의 손해

 

이런 결과가 발생하다 보니,,

한국과 일본이 16강에서 만날 확률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아직 한국은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경기를, 일본은 인도네시아와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는 있지만,,

한국이 조 1위를 할 가능성이 대부분이고, 일본이 인도네시아에게 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에게도 유리하면서, 일본 역시 한일전 모험을 피하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가 일본을 잡고 조 2위가 되고, 일본은 3위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16강전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하게 되고, 일본은 비록 치욕적인 조 3위로 진출하겠지만, 한일전이라는 최악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어 토너먼트 레이스를 더 길게 가져갈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뇌피셜 회로에 지나지 않지만, 축구라는 게 정말 알 수가 없는 종목이니까 이런 상상도 해본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아시안컵 최고의 흥행 카드였던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은 일본의 이라크전 패배로 거의 무산된 듯하다.

 

이것은 아시아 축구의 분명 손실이기도 하다. (이는 AFC와 해외 반응이기도 하다)

월드 클래스 스타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한국, 유럽 리그 선수들이 가장 많은 일본, 그래서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양 팀으로 인해 아시안컵의 위상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은 대회 전부터 한국과 일본으로 예상되는 결승전이 대회 빅이슈였다.

이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고,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AFC 입장에서도 최고의 흥행 카드였기 때문에 16강 토너먼트 한일전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고 만 것이다. (결국 일본과 이라크가 또 일을 내고 말았다)

 

일본의 약점을 철저히 공략할 전략으로 16강전을 대비하라

 

우리는 이제 일본과의 16강전을 대비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악재는 있다.

경기 외적으로 가장 큰 손실은 김승규 골키퍼의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인한 소집 해제와 바레인전에서 받은 경고 5장이다.

김진수, 황희찬, 김태환, 이재성, 이강인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다.

 

경기에서 노출된 약점은 바로 왼쪽 윙백 포지션 이기제의 수비적인 약점이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큰 기여를 하고 있지도 못하고, 미드필드에서 숫적 우위를 보태지도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강팀 대 약팀의 대결이 아니기 때문에, 텐백 전술을 사용하지 않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

 

만약 일본이 모리야스式 실리축구를 버리고 기존의 강점인 숫적 우위를 확보한 미드필드에서의 조직적인 패싱 플레이로 치고 나왔을 때, 우리가 만약 레프트 풀백 리스크를 개선하지 못한 채, 미드필드에서 숫적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고 밀린다면 상당히 까다로운 경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이 16강전에서 일본을 만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전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피지컬 우위에 의한 압박 프레싱
  • 공수 유연성 확보를 위한 미드필드 숫적 열세 극복 : 현 4-4-2 포메이션에서는 갑작스러운 수비 전환 시 박용우 혼자 포백을 커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 제공력 장악 : 일본 수비진과 골키퍼가 공중볼에 상당히 취약하다.
  • 이강인, 황희찬의 측면 공략 적극 활용
  • 손흥민의 스프린트 활용으로 일본의 포백라인을 무너뜨리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공격 루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조규성의 선발 투입으로 투톱 운용 시 피지컬과 제공권으로 일본 수비진을 최대한 흔들어 놓는다.
  • 이재성 - 조규성의 조커 로테이션 카드 : 손흥민을 원톱으로 하고, 이재성을 공격 제2선에서 배치하여 미드필드 숫적 우위 확보와 이강인의 프리롤 능력 제고, 타이밍을 보아 일본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조규성을 투입하여 일본 수비진을 흔드는 전술. 혹은 이재성과 조규성의 투입 시기를 반대로 적용해도 될 듯
  • 이기제 대신 설영우와 김태환을 각각 좌우측에 배치하여 정상적인 포백 라인 운영 

 

일본의 수비진은 도미야스(아스널)를 비롯해 네임 밸류로만 봤을 때는 아시아 최강으로 평가됐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수비 라인과 골키퍼의 약점을 많이 노출한 만큼, 어쩌면 우리가 일본을 상대하는 것이 부상 리스크 측면에서도 그렇고, 결코 이라크를 만나는 것보다 못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저 현재 우리 대표팀의 악재와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인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일본 모두 수비가 약점인 셈이다.

한국은 비록 김민재라는 세계적인 센터백이 있으나, 왼쪽 윙백의 문제점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 현 대회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우리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을 차지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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