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감독 그리스전 명단 발표, 박주영·차두리 마침내 대표팀 전격 발탁
홍명보감독이 마침내 박주영과 차두리를 그리스전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켰다.
박주영을 뽑은 것은 스스로로의 원칙을 깬 전격적인 발탁이며, 차두리를 선발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감독이 필요하면 애초부터 그냥 뽑으면 되는 것이었다.
감독은 선수 선발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감독 자신이 구상하는 팀 컬러를 구축하기 위한 당연한 권한이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리고 감독은 이 모든 요소를 당면 목표(현재로서는 브라질월드컵)를 달성하는 과정으로써 극대화 하는데 집중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결과의 공헌도에 따른 명예도 감독의 것이고, 실패에 대한 책임도 감독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선수 선발과 관련된 사안에 한해서는 홍명보감독이 박주영과 차두리를 뽑든 제외하든 이 모든 것에 대한 평가는 브라질월드컵이 끝날 때가지 유보하는 것이 맞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것에 사사건건 왈가왈부하고, 목표점에 도달하여 본격적인 도전을 하기도 전에 과정상의 결과만 가지고 책망하는 것은 무가치한 행동일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과는 성격이 좀 다른 별개의 측면에서 볼 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박주영을 재발탁하기까지 홍명보감독의 행보에 대해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홍명보감독이 대표팀 감독이 된 이후 느낀 바로는,,
홍명보가 자존심이 강한 스타 출신 감독이어서인지 언론을 꽤 다룰줄 아는 감독임에는 틀림없는듯 하다.
그러나 박주영과 박지성에 관한 사안만큼은 '여론을 의식한듯 너무 소심했거나, 아니면 소신껏 정면 돌파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언론을 이용한 명분쌓기 스킬에만 의존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자승자박이 되어버린 선발 기용 원칙과 박지성 대표팀 복귀에 대한 사안을 박지성 당사자의 의견에 앞서 먼저 언론에 흘린 점, 유럽파 선수들 면담과 점검을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해외 출장 행보가 너무 잦았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선수 시절부터 이어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영향력, 그리고 여론을 저울질 할줄 아는 스타 선수-스타 감독으로서의 이미지 경계를 넘나든 것으로 보여진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대표팀 감독으로서 본인이 필요하면 그냥 뽑으면 될 선수(박주영)를 선발하는데 있어 불필요한 공력을 많이 허비했다는 것이다.
박주영이 장기간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홍명보감독의 구상 안에 들어있었던 이유는 우리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 중에서 원톱 포스트 플레이와 스위칭 플레이 능력, 공간 창출과 긴 체공 시간을 확보한 헤딩력, 그리고 반박자 빠른 득점력과 경우에 따라 발휘되는 세트피스 능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로서 박주영을 확실히 대체할만한 선수가 아직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차두리의 대표팀 복귀는 일단 환영하지만, 그동안 홍감독이 차두리를 발탁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오로지 차두리의 컨디션상의 문제 때문이었다고 믿고 싶다.
어쨌든 FC서울 복귀 이후 어느 정도 경기력을 회복했다면 가뜩이 나 불안한 윙백(특히 오른쪽 윙백) 포지션에 상당한 역동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왼쪽 윙백 포지션은 당초 런던올림픽 골든제너레이션 출신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윤석영이 벤치신세로 전락하여 이미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었지만, 최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주호와 아직 메이저 무대에서의 검증이 부족하기는 해도, 발탁 이후 꾸준히 무난한 활약을 펼친 김진수가 경쟁 구도를 완성했기 때문에,,
차두리의 합류는 그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이용과 런던올림픽 이후 부상 등의 이유로 재검증을 각인시키지 못한 김창수와의 경쟁 구도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홍명보는 관련보도 인터뷰에서 경험 때문에 차두리를 발탁한 것은 아니며, 차두리 역시 경쟁을 통한 최종 선발 경쟁의 기회를 얻었을 뿐이라고 밝힌 바, 차두리의 브라질월드컵 출전은 아직 미지수로 유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차두리가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인 우측 윙백에 발탁되었다는 것은 실로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박주영·차두리의 대표팀 발탁을 계기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브라질월드컵을 대비하는 홍명보감독에게 바라는 것은,,
더 이상 여론에 이슈화 될만한 여지가 있는 부분들은 차체하고(원래부터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활용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홍명보감독만의 팀컬러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해나가는 것이다.
모쪼록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이 제1기 골든제너레이션에 걸맞는 기적을 이루어내길 기원하며, 아울러 홍명보감독이 후일 차기 대표팀 감독이 될 것으로 확신되는 황선홍감독과 함께 오랜 시간 흘러도 스타 선수 출신 명감독으로서 그 족적이 함께 회자되는 그런 대표팀 감독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