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골가뭄] 포스트플레이를 지양하고 스위칭플레이를 지향하라  

  

일단 홍명보감독이 이끄는 동아시안컵 출전 대표팀의 선전에 박수를 보낸다.

 

K리그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촉박한 소집 일정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국내파 선수들로만 구성된 점을 감안한다면, 이전 대표팀 경기력과 비교했을 때 짧은 시간 안에 상당히 고무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경기 연속 경기를 압도하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한 무득점 골가뭄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게 보완해야 할 과제이다.   

 

FIFA     

   

4-2-3-1 포메이션 핵심자원의 부재

  

하대성-이명주, 박종우-한국영 미드필드 라인과 김진수-김창수, 김민우-이용 / 김영권-홍정호, 장현수-황석호 포백라인은 당초의 우려에 비해 최소한 무난함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고요한, 윤일록, 이승기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문제는 공격의 최종 마무리인 골결정력이다.

  

이는 곧 4-2-3-1 포메이션을 신봉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포메이션을 줄곧 사용하는 홍명보감독에게 있어 이번 대회를 통해 노출된 최전방 공격수의 해결능력 부재는 매우 골치 아픈 해결 과제일 수 밖에 없다.

  

호주전에 출전했던 김동섭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부지런하게 상대 문전을 위협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고 중국전에 나선 서동현의 움직임은 날카롭지 못했다.

중국전 후반에 김신욱이 서동현과 교체 투입되었지만, 이때부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왜곡된 김신욱 활용법으로 인한 불행

   

최강희감독 시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것이 바로 일명 '뻥 축구'였다.  

그런데 그러한 양상이 홍명보호에서도 김신욱이 투입되면서부터 또 다시 재연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째서 김신욱이 투입되기만 하면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뻔히 들여다 보이는 크로스를 남발하는 것일까?

김신욱이 투입되면서부터 노출된 이러한 단조로운 패턴은 이제 비단 최전방 공격수만의 문제가 아닌 팀 전체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중국전 무득점의 원인은 중국의 노골적인 수비전략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홍명보 감독이 후반에 김신욱을 투입한 것이 (물론 크로스에 의한 득점을 노린 부분도 있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뻥축구로만 일관하여 요행히 득점하자는 계산은 아니었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 공격진은 중국 수비 두 명이 김신욱을 에워싸기에 급급하여 상대 진영에서 충분히 공간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급하게 뻔히 보이는 크로스만을 남발했다.  

이렇게 단조로워지는 부분은 장신치고는 발재간이 좋은 편에 속하는 김신욱 자신에게도, 대표팀 전체에도 불행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

   

이는 크로스에 의한 고공플레이와 병행하여 김신욱의 움직임으로 인한 노출 공간을 제2선에서 공략하는 연계 플레이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로 홍명보감독이 이러한 무리한 크로스에 대해 지적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종종 잡히기도 했다.

  

KFA 구윤경    

   

일본의 원톱 활용법

   

일본은 장신 수비수가 즐비한 호주전에서 최전방에 장신 스트라이커 자원인 도요다를 원톱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일본은 결코 도요다를 타겟으로 롱볼을 남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오래된 기억이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 중에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 2차 한일전 때의 실점 장면이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1차 한일전에서 서정원의 동점골과 이민성의 역전골로 도쿄대첩을 이루고 이미 본선 진출이 거의 확정되기는 했지만 2차전에서는 홈에서 일본에게 0대2로 패했다.

   

그때 우리 대표팀은 브라질 출신의 장신 공격수 로페즈를 견제하다가 제2선에서 연거푸 실점을 당했다.

일본의 윙백, 혹은 측면 공격자원이 우리의 측면을 치고 들어올 때 우리 수비진은 로페즈를 집중 견제했지만 일본은 높은 크로스를 거의 올리지 않고 중앙의 로페즈가 수비를 등지고 연계 플레이를 하거나 제2선 공격수에게 패스를 하여 공간을 확보한 뒤 제2선에서 다시 중앙으로 공간패스, 혹은 로빙패스로 결정적안 찬스를 만들어 냈다.  

  

포스트플레이를 지양하고 스위칭플레이를 지향하라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발전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스트라이커 계보를 중시하는 성향이 있을 정도로 원톱 자체를 배제해 본 적이 없다. 

이동국, 박주영에 대한 논란, 김신욱 투입시 '뻥축구'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와 같은 논쟁과 포스트플레이에 대한 동일한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는 손흥민, 지동원 등과 같은 훌륭한 스위칭플레이 자원들이 있다.

손흥민과 지동원의 경우는 원톱보다는 오히려 제2선이나 스위칭플레이가 가능할 때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원들이며, 2002년 안정환이 거의 프리롤로서 활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팀 전술적 요소 외에도 설기현, 유상철 등 최전방 스위칭이 가능한 자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비쇼베츠 감독이 우리 대표팀 장신화를 이루기 전까지만 해도 황선홍감독을 대형스트라이커라 불렀지만 황선홍을 타겟으로 뻥 축구만을 하진 않았다.

오히려 수비진을 등지고 하는 플레이가 좋은 황선홍을 다양하게 활용했으며,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순호감독의 선수 시절, 당시에는 독보적인 신장을 자랑했던 최순호는 넓은 시야와 세밀한 패싱력으로 오히려 제2선에서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을 때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과거처럼 맨땅 훈련 핑계를 댈 수도 없고 유소년 기술 시스템에 의한 변명도 현재 대표팀에게 적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우리 대표팀이 골결정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술적인 페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한 마디로 포스트플레이를 지양하고 스위칭플레이를 지향함으로써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고 공격 옵션을 다양화 하는 길만이 체력적으로 열심히 뛴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이며 현대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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