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WBSC 프리미어12, 4강 준결승전에서 우리 한국 야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9회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정말 야구의 묘미는 9회부터인가?
이것이 한일전이어서 더욱 통쾌하고 멋지다.
8회까지 무안타, 0대3 리드를 당한 상태..
퇴근길에 틈틈히 확인하듯 지켜보던 경기 상황은 암담했었다.
'이러다 오타니에게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를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한 점이라도 냈으면..'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패배를 인정해야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숙적 일본팀의 투수이긴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가 정말 강했기 때문이다.
직구 최고속이 161km, 포크볼이 147km라니.. 이런 볼은 거의 치기 힘들다.
"바깥쪽 공을 노려라, 포크볼이 되기 전에 쳐라"라는 해법들을 열거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런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4대3 역전승이라니!!)
사실 우리가 역전에 성공한 9회도 오타니 이후의 계투진을 집중 공략한 이후였다.
승리는 했지만, 그만큼 오타니는 정말 부러울 정도로 위협적인 투수였다.
이런 투수와 맞붙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악재(?)였지만, 일본은 경기 외적으로도 너무도 많은 꼼수를 부렸다.
경기 날짜를 갑자기 바꿔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을 저하시키고, 도쿄돔에서의 경기 전날 축구경기 일정을 잡아 우리팀의 돔구장 적응을 방해하기도 하고(도쿄돔은 축구장, 야구장 모두 운영됨), 좌선심을 일본 심판으로 바꾸고, 한국 투수 피칭 때는 인색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는 등.. 가능한 꼼수는 총동원 했다.
하지만, 결국 지나친 꼼수는 절규로 바뀌었고, 우리는 한국야구史에 남을만한 '한일전 (역전)명승부史'를 하나 더 추가했다.
악조건과 꼼수, 그리고 괴물 투수를 상대하며 9회 역전승..
이번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 준결승 한일전 9회 역전승 명승부'는 정말 두고 두고 회자될 때마다 통쾌한 여운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은 이번 대회를 주관하고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완벽한 주인공이 되려던 일본에게는 (꼼수마저 통하지 않은) 절규와 충격에 가까운 패배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팀을 상대로 탈삼진 11K를 기록하며 완벽했던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의 심정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통쾌한 역전 결승타를 쳐낸 한국팀의 4번 타자 이대호와 일본의 에이스 오타니의 모습이 문득 오버랩되기도 한다.
한일전 승리여서,
역전승이어서,
여러 가지 악조건을 극복하고 일본의 꼼수를 박살내서,
그리고 9회에 뒤집은 야구의 묘미를 보게 되서 정말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