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통쾌한 승리와 오만한 리피의 광저우를 잡는 법

    

최강 전북이 마침내 광저우에게 설욕했다.

  

지난 ACL 조별예선 3라운드 광저우 원정에서 석연치 않았던 판정과 상습적인 리피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속시원하게 날려버린 한 판이었다.

       

물론 광저우는 강팀이다. 전북 또한 개막 전까지 K리그 최강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결승 문턱에 오르기 힘든 서아시아 클럽들을 배려하여 변경된 이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시즌에서 실질적으로 유력한 결승전 진출 후보로 거론되던 두 팀이 한 조에 속해있다는 것은 분명 ACL 흥행에도 도움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K리그 클럽들이 ACL 우승을 하려면 결승전 진출 이전에 디펜딩챔피언 광저우를 반드시 넘어서야만 한다.

       

이제 보면 명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리피'라는 감독을 영입하고, 탈아시아급 외국용병과 중국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광저우는 지금까지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 ACL 제패로 그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광저우는 K리그 클럽들이 충분히 상대할만한 팀이란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며,,

더구나 이번 ACL 시즌에서는 전북과 광저우의 경기를 통해서 광저우를 잡을 수 있는 해법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듯 하여 반갑기도 하다.

  

콘카 대신 디아만티가 합류한 현재의 광저우는 무리퀴, 콘카, 엘케손이 버티고 있던 지난 시즌 못지 않게 여전히 막강한 공수밸런스를 구축하고는 있지만, 공격전술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광저우는 공격만 강한 것이 아니라 중국 국대선수들이 포진한 수비라인도 강점이다)

  

득점루트는 다양해졌지만, 공격루트의 다양성은 줄어들었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일단 엘케손이 주득점원이던 광저우는 디아만티가 가세하면서 득점원이 분산되고 있다.   

이는 곧 디아만티의 득점이 늘어났다는 것과 득점루트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엘케손이 주득점원이었던 지난 시즌 콘카가 있었을 때의 광저우 공격루트는 정말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의성이 많은 공격을 펼쳤었다.

좋게 말하자면 콘카로부터 시작되는 창의적인 축구를 펼쳤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광저우는 디아만티의 가세로 득점원이 다양화 되고 조직적으로 안정화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공격루트가 상대적으로 단순해졌다는 의미로서 K리그 클럽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대응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예를 들어,, 디아만티, 장린펑, 랴오리성이 포진한 우측면 트라이앵글에서의 유기적인 공격패턴이 이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부분을 들 수 있다.

  

광저우를 상대하는 팀들은 바로 이런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ACL에 진출한 팀들과 상대하기 전 자국리그에서는 광저우에 필적할만한 강한 상대가 없다는 것도 광저우의 약점이 될 수 있다.

물론 강한 전력으로 시즌 우승을 빨리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리그에서는 전력을 다 할 필요가 없이 ACL을 대비할 여유를 확보하는데는 유리하겠지만..

   

광저우를 상대할 때는 일단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수비를 안정화 하고 미드필드 장악에 밀리지 않으면서 실리적인 축구를 효과적으로 펼친다면, 내용상 결코 밀리지 않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광저우의 골문을 열어젖히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ACL에서 광저우를 상대한 전북의 닥공이 더 빛나는 이유다.

    

이번 경기만 놓고 보더라도 전북은 1명이 퇴장 당한 숫적 열세의 상황에서도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인 카운터어택을 펼친 끝에 이재성 로빙패스 어시스트에 이은 레오나르도의 논스톱 결승골로 통쾌한 승리를 거머쥐며 지난 원정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고 ACL 조별리그의 행보를 가볍게 했다.

  

  

예측 가능한 공격루트를 봉쇄하고 투지와 닥공으로 광저우의 기세를 살려주지 않은 것..

이 부분이 바로 이번 전북 승리의 원동력이며, 광저우를 상대할 해법을 제시해 준 경기로 평가받을만 한 것이다.

      

이번 전북과의 경기를 통해 드러난 광저우의 상대적인 약점에 대해 부가적으로 한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비로 A·B플랜에 따른 스쿼드 격차다.

   

광저우의 센터백 김영권이 리피의 신임을 받고 있고 멀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것은 우리에게는 호재이나, 역설적으로는 광저우의 잘보이지 않는 약점이 노출된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전북과의 경기에서 리피는 김영권을 전진 배치시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시켰다.

후반 6분경 광저우 중원의 핵심인 정쯔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쯔 대신 투입된 롱하오가 정쯔의 포지션에 투입된 것이 아니라 김영권과 포지션을 바꿔 배치됐다.

(김영권은 조광래감독 시절 이미 대표팀 좌측 윙백으로 뛴 경험도 있으며 뛰어난 패싱력을 바탕으로 포어리베로 역할이 가능한 센터백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는 백업자원인 롱하오가 김영권보다 나은 센터백이라서가 아니라 정쯔를 대체할만한 자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견 막강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광저우지만, 돌발적으로 시급히 가동되어야 할 B플랜이 A플랜 스쿼드와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면은 언젠가 결정적인 순간에 광저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패착의 요인이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광저우를 상대할 동아시아팀들에게 광저우의 이런 부분은 상황에 따라 파고들만한 약점으로서 매우 고무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K리그 클럽들은 ACL 결승 진출을 위해 오만한 리피의 광저우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그래서 광저우에게 '자칫하다가는 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선사한 이번 전북의 승리가 더욱 통쾌하고 값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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