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군을 제대한 사람이라면 한 겨울에 치러지는 '혹한기 훈련'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격 훈련, 100km 행군과 함께 3대 지옥 훈련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이 혹한기 훈련은 제대 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육군 출신 공동의 무용담 테마이기도 하다.
혹한기 훈련의 배경
냉대성 건조 기후의 특징을 갖고 있는 한반도 기후 특성상 한 겨울의 추위는 매우 혹독한 편이다.
그러나 6.25 한국전쟁에서 이미 경험했듯 우리 군은 이미 상당히 많은 동계 전투를 치른 바 있다.
특히 중공군이 기습적으로 대거 남하한 시기 역시 혹한기였다.
한여름에는 마치 아열대 같이 30℃가 넘는 무덥고 습한 기후인데 반해 혹한기 야전에서는 -20℃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추위가 몰아치기도 한다.
연중 기온 격차가 무려 50℃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6.25 한국전쟁 당시 미군은 그동안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 유례없는 기온 차이와 한 겨울 혹독한 맹추위 속에서도 인해전술로 새까맣게 몰려오는 중공군과의 전투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들이 마주한 또 다른 적은 바로 '혹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무도 추운 나머지 입 속에 녹일 수 있는 초콜릿 외에 다른 전투식량을 먹을 수도 없었고, 각종 군수 장비들은 얼지 않도록 수시로 시동을 걸어놔야 했고, 총의 위력도 현저히 떨어져 전투력이 급감하는 상황이었다.
한국 겨울의 추위를 예상치 못해 초기에는 제대로 된 방한 장비가 부족하여 얼어 죽는 미군들도 속출했다.
이와 같은 경험 등을 통해 세계 2차 대전과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한국군은 물론 미군, 중국군, 러시아군 등.. 동절기 냉대 건조 기후대를 보이는 지역의 군대에서는 동계 혹한기 훈련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혹한기 훈련의 목적과 형태
이 훈련의 목적은 한 마디로 혹독한 맹추위 속에서 생존하고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혹한기 숙영과 관련한 유형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야전에서 텐트를 치고 숙영 하는 경우
- 영내 연병장에서 텐트를 치고 숙영 하는 경우
- 기지방호 수준으로 영내 전술훈련 정도로 하는 경우 (야전 텐트가 아닌 기존 생활 시설을 이용한다고 보면 됨)
부대, 병과, 현역 및 상근예비역 등에 따라 형태는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병 부대는 혹한기에도 당연히 행군을 한다.
행군 도중 잠깐의 휴식 동안 땀이 식을 때 더욱 추위를 느끼게 되는 순간과 다시 얼어버릴 것 같은 전투화 속 발가락 등이 지옥 같이 느껴진다.
포병, 기갑 부대는 행군 대신 기동을 하지만 정비, 운용, 적재 등..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정을 겪게 된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 혹한기 훈련을 피하고 제대를 하는 특이한 케이스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혹한기 훈련을 마친 최전방 부대로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1년 간의 GOP를 하는 경우이다.
GOP 근무를 마치면 얼마 있지 않아 제대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GOP 지역 자체가 혹한기 지역이다.
해병대는 지상군이지만 혹한기 훈련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
육군과 달리 아예 작전 수행 임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혹한기 훈련이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 힘든 해병대를 자원할 것인가?
마냥 편한 군복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P.S...
12일 자 뉴스에서 혹한기 훈련과 관련하여 안타까운 기사가 보도되었다.
강원도 한 육군 부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받던 이등병 병사 하나가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내한 훈련을 하기 위해 연병장에 설치한 텐트에서 숙영 하다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하는데 군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혹한기 훈련 도중 발생한 일이어서 더 안타깝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