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골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요즘과 같은 장마철, 어른들은 논둑 물길을 트러 논에 나가십니다.

 

형들과 함께 비를 맞으면서도 놀다 들어와 몸을 말리고 대청마루에 엎드려 빗줄기 떨어지는 마당이나 창호로 된 쪽문을 열어 산 등성이로 이어지는 뒤 뜰을 쳐다봅니다.

 

처마 밑에 비를 피해 웅크리고 있는 거미(요즘에 주로 보이는 누리끼리 한 무당거미들이 아니라 까맣고 통통한 토종 거미), 엉금엉금 풀 숲을 기어가는 두꺼비, 폴짝거리는 금개구리들...

외양간 누렁소는 엎드려 눈을 껌뻑거리며 새김질을 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고 있지만 아이들에겐 시원하고 한가로운 그리고 재미있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당 한 곁에서 뭔가가 꼬물거립니다.

하나가 아닙니다.

다가가 살펴보니 논 웅덩이 보두랑이나 수로에서나 볼 수 있는 미꾸라지들이었습니다.

 

비-오는-날-아이-마당에서
비오는 날 마당에서
비-오는-날-하늘에서-마당으로-떨어진-미꾸라지
비 오는 날 하늘에서 떨어진 미꾸라지

 

신기하게도 어디서 왔는지, 주변에 물가가 없는데도 비 오는 날이면 가끔씩 이렇게 미꾸라지가 나타납니다.

 

한 번은 버들붕어(어른들 사투리로 파드드기)가 마당에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이 놈은 작은 항아리에다 오랫동안 키운 적도 있습니다.

버들붕어 수놈은 관상용 물고기처럼 지느러미가 너무 예쁘고 약하지 않아 오래 삽니다.

 

송사리나 미꾸리들도 잡아서 항아리에 넣어 키우곤 했지요.

믿기지 않는 이런 일이 정말로 많이 있었습니다.

 

한 동안 잊고 있었는데 블로그 아웃 분 중에서도 부모님의 이런 목격담을 포스팅하셨기에 저 역시 쉽게 믿지 않으실 것 같은, 잊힐 뻔한 추억을 포스팅해 봅니다.

(이 포스트의 일러스트 작품은 이 이야기를 공유해 주신이웃 '땡초님'의 작품입니다)

 

그때까지 금붕어나 열대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저에게 이것들은 '비 오는 날의 선물'이었습니다.

 

p.s.. 이 글은 과거 필자의 다음 블로그 '싸커엔젤'에 게재했던 포스트입니다. (다음 블로그 서비스 종료로 여기에 다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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