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라크에게 일격을 당한 바로 다음날, 우리 한국팀도 요르단에게 덜미를 잡힌 셈이 되었다.
현재 골 득실에서 뒤져 E조 2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팀은 요르단에게 고전하며 2대 2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E조 최종 순위의 마지막 Key를 손에 쥔 채 말레이시아와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요르단 전 개요
경기 지표상으로만 보면,,
- 점유율 : 66 vs 34
- 슈팅 : 16 vs 7
언뜻 보기에 일방적인 경기 같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우 매우 우려스러운 상태였다.
시작은 좋았다.
한국은 경기 시작 6분 만에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유도해 내고 직접 '파넨카'킥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득점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나름 괜찮았다.
윙백 라인을 끌어올려 공격 숫자를 늘리려는 시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또다시 클린스만 감독의 변함없는 답답한 패턴 그대로 회귀하면서, 작정하고 달려드는 요르단의 파상 공세에 계속 밀리기 시작했다.
후반 들어 전방 압박이 약간 살아나면서 주도권은 가져왔으나, 김민재가 아니었다면 골을 더 먹고 무너졌을 아찔한 상황이 여러 번 노출되었다.
대거 교체 카드를 통해 파상 공세를 이어가려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추가 시간에 그나마 (이 대회에서 처음 보는) 오른쪽 윙백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기점으로 손흥민의 어시스트를 받아 황인범이 천신만고 끝 동점골을 터뜨리며 개망신을 면했다.
역대급 스쿼드를 가지고, 어떻게 이런 축구를 할 수 있을까? (클린스만 감독 리스크)
클린스만 감독 체제 하에서 늘 느꼈던 것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늘 중원에서 미드필더 숫자가 너무 부족하다.
빌드업을 통한 축구가 안 보인다는 것이며, 수비 전환 시 역습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뜻이다.
윙백들이 올라가지도 않는데 경기장을 상하좌우로 넓게 펼쳐 운용한다.
박용우 혼자 미들을 감당하지 못하니 김민재도 혹사당한다.
그리고 이강인도 이재성도 구석에서 고립되어 있다.
상대 선수들은 독이 바짝 올라 강력한 프레싱으로 한국팀의 아킬레스건을 필사적으로 공략하는데,
우리는 공간을 좌우로 너무 넓게 펼쳐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뻥축구를 하고 있으니 경기가 잘 풀릴 리 없다.
중원에서 공간이 너무 넓게 비워져 박용우 혼자 커버하기도 힘드니 김민재가 나와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4-4-2 투톱에 이강인으로부터 시작되는 방향 전환에 의한 이기제의 얼리 크로스를 통해 조규성이 직접 해결하거나 경합 과정에 의한 공격 제2선의 기회 창출을 선호하면서 이러한 논란의 포메이션과 이기제를 계속 기용해 왔다.
그 결과 이강인이 고립되면 아무것도 못하고, 수비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이기제에 의해 왼쪽 수비라인이 무너지면서 전체적인 공수 밸런스가 불안정하다.
양쪽 윙백을 넓게 펼쳐서 상대 수비수들을 유인한 뒤,
이강인에 의한 기회 창출과 한쪽으로 쏠리는 수비수들의 반대 방향 전환으로 이기제의 크로스를 활용, 공격 자원들의 창의적인 플레이로 공격을 전개하길 바라는 모양새인데..
상대 선수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것은 이미 상대들도 다 파악하고 있는 한국팀의 고질적인 패턴이다.
말이 좋아 경기장을 넓게 활용한 재능 있는 공격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이지,,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감독이 고집스럽게 정해 놓은 포지션과 아우트라인 이외에 그 나머지는 선수들이 그냥 알아서 하는 플레이란 의미이다.
한 마디로, 아무런 전술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선제골 이후 갑자기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슨해진 것은 선수들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하~~(한숨) 그리고 조규성.. 스트라이커는 경합만 잘해야 하는게 아니라 결정력 높은 포퍼먼스가 있어야 한다!
어쨌든 현재 한국팀의 이런 스쿼드를 가지고 이렇게 축구를 한다는 것이 축구팬으로서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가 시간에 이르러서까지 기필코 동점골을 뽑아냈다는 것과,
-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솔직하게 부족함과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악재와 손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부재라는 리스크 외에도 우리 대표팀의 악재는 다음과 같다.
- 줄부상 : 조현우도 믿음직하지만, 전진 필드 플레이와 발기술이 좋은 김승규 OUT, 황희찬, 김진수 외에도 여러 주축 선수들의 잔부상
- 옐로카드 : '경고털이'를 하기 위해 이번 요르단 전에서 조 1위를 확정한 뒤, 말레이시아를 상대했어야 하는 시나리오 실패
- 전술 및 B플랜 부재 : 이 부분은 이제 말도 하기 싫다.
- 컨디션 : 이 밖에도 선수들의 컨디션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바레인 전에 이어 이번 요르단 전에서도 선수들의 몸이 대체로 무거워 보였다.
클린스만은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과 변수에 대한 대응력이 있어야 하는데, 무슨 친절한 이웃집 할아버지도 아니고, 이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히딩크나 벤투 등.. 그동안의 감독들이 경기 도중 큰 소리로 지시를 하거나 변화를 주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번 요르단 전 무승부로 인한 손실은 크게 두 가지이다.
- 경고털이 : 요르단을 이겼다면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조 1위를 확정하므로 경고를 받았던 주축 선수들을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말레이시아 전에 내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고를 털어낼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
- 로테이션 : 말레이시아 전에서는 2군을 내보내며 경고털이와 토너먼트 돌입 전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었는데 다 실패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시안컵 정말 쉽지 않다.
아시아 팀들에게는 아시안컵이 월드컵이나 마찬가지다. 죽기 살기로 뛴다는 의미이다.
우리 역시 이번에도 로테이션에 실패하고 죽어라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한 이번 아시안컵은 西高東低의 조짐이 보이는 데다 전반적인 아시아 축구 수준이 평준화되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중동 축구가 전체적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향후 계속 대비해야 한다. 얘들 피지컬도 좋은에 투쟁심이 장난이 아니다.)
말인즉, 아무리 최강의 전력이든 아니든 전력을 다해야 겨우 우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을 간절히 기원하며, 우리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성원과 뜨거운 응원을 아낌없이 보낸다!!
P.S.. 감독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우리 선수들의 사기와 컨디션이 빨리 회복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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