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불안한데 그래도 설마..' 했던 결과가 실제로 발생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조별리그 2라운드 첫 경기이자 6차전인 중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1대0으로 패했다.
원정 경기에 약한 대표팀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중국 원정 만큼은 패한 적이 없었던 우리 대표팀이 중국 창사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중국으로서는 역대 홈그라운드 중에서 패배가 없는 창사라는 곳이 아마 이번 일을 계기로 축구 성지가 될듯 할 분위기다. 이번 최종예선 첫 승과 공한증까지 극복한 최초의 홈그라운드가 되었으니까.
일단 모든 것은 각설하고,, 한국팀은 중국팀에게 왜 패했을까?
경기적인 측면에서만 살펴본다면 패인은 아래 두 가지 요인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리피 감독의 결과지향적 노련함에 당했다.
둘째, 한국팀은 중국팀만큼 절박하지 않았다.
전반전을 보면서 느낀 점은 리피 감독 체제 하의 중국팀은 전술적인 변화와 함께, 월드컵 본선행 진출이 거의 희박한 팀처럼 보이지가 않을 정도로 분위기 자체가 역동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리피의 중국팀은 가오홍보 당시처럼 선명한 '선수비 후역습'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 포백라인의 공간을 파고들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은 수시로 오프사이드 반칙을 남발하면서까지 한국팀에게 함부로 공격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내는듯 했다.
뿐만 아니라 선제골을 넣고도 이탈리아식 자물쇠 축구로 잠그기로 들어갈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공격 1선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며 빌드업을 유지하려는 축구를 구사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중국 축구의 이러한 면모는 정말 처음 본다.
중국이 한국의 공격을 단조로울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중원 싸움에서의 주도권은 한국이 개인능력 측면에서 우세했지만, 중국 역시 사력을 다해 압박으로 맞대응 했다.
골 결정력이 실망스러웠기는 했으나 한국의 공격 전개가 그렇게까지 무기력하지는 않았는데도 중국 수비들은 중원 압박싸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이미 수비 공간을 선점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러한 과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국이 후반전에 김신욱과 황희찬을 투입했음에도 좀처럼 체력 저하의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채 상당히 유효했다.
이런 점이 오버페이스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홈그라운드라는 점과 '늙은 여우' 리피 감독의 독려, 1승도 못 거두고 있는 최종예선에서의 승리에 대한 열망, 상대가 '아시아의 천적인 한국'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최근 중국 정부가 조성한 '사드 배치 문제'를 이용한 민족주의적 정신무장도 한 몫 했으리라 여겨진다.
중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리적으로 약해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일면이 상대적으로 우리 한국팀이 중국보다 절박하지 않은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경기가 종점으로 치달으면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듯한 장면은 황희찬으로부터 비롯된 격앙된 상황으로 발현되어 나타나기도 했지만, 한국팀의 부정적인 결과를 뒤집기에는 이미 늦고 말았다.
이번 중국전 패배로 인해 한국팀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은 매우 불안한 상태다.
연이어 시리라와의 일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시리아가 우즈벡을 1대0으로 꺾은 만큼 당초 예상과 달리 절대적인 약체가 아니기 때문에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우리는 까다로운 카타르, 우즈벡 원정을 치른 후 이란과 홈에서 맞붙게 되는 험난한 일정을 목전에 두고 중국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 못 나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으며, 현재 아무런 대안도 없이 슈틸리케 감독을 비난하거나 선수들 탓을 할 마음도 없다.
어제의 패배로 내내 심란했지만, 여전히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패배에 대한 엄중함을 인식하고 철저한 피드백과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제의 중국 관중들처럼,, 만약 반대로 우리가 월드컵 본선행이 거의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기가 펼쳐졌다면 그처럼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우리 대표팀을 응원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