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디한 공간압박에 무너진 무적의 티키타카
[컨페드레이션스컵 결승 브라질3 vs 스페인0] & 스피디한 공간압박과 한국식 축구의 모델
브라질이 컨페드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을 3대0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브라질은 3회연속, 통산 4번째 컨페드컵 정상에 올랐으며, 2010월드컵과 2012유럽선수권에 이어 2013컨페드컵까지 3대 메이저 대회를 접수하려던 스페인을 저지했다.
코파아메리카에서의 부진과 런던올림픽 금메달 획득 실패, 최근 22위까지 추락한 피파랭킹 등.. 영원한 우승후보로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던 브라질은,,
2002 한일월드컵 우승 당시 감독이었던 스콜라리를 재선임하고 네이마르를 선봉에 내세워 무적의 스페인을 꺾고 컨페드컵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내년 브라질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당대 최강팀을 제압하며 마침내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그런데 브라질이 우승을 한 것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사실은 당분간 거의 적수가 없을 것 같았던 공포의 점유율 축구 '티키타카'가 이제는 더 이상 난공불락의 무적이 아니란 것이 입증되었다는 사실이다.
개개인의 개인기와 피지컬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활용한 빠르고 정교한 패스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장악하며 경기를 지배하던 스페인의 티키타카는 볼 소유권을 빼앗기 위해 더 뛰어야 했던 상대팀을 오버페이스 함정에 빠뜨리며 오히려 더 실점을 허용하게 만드는 공포의 전술로 통해왔다.
이러한 전술을 완벽하게 구사해낸 팀이 바로 스페인이고 그래서 당분간 스페인 천하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축구에서 영원히 판도를 장악할 전술은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스페인을 저지할 수 있는 팀 역시 아직은 흔치 않지만..)
실제로 지난 유로선수권대회에서 이탈리아가 보여준 전진 스리백과 빠른 윙백을 활용한 효과적인 역습, 그리고 독일클럽 대 스페인 클럽간 대결이 되어버렸던 2012-2013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기본적으로 대등한 기술 + 월등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패스할 틈을 주지 않을만큼 전방에서부터 몰아친 결과, 7대0(2경기 종합) 승리를 거두었던 바이에른 뮌헨은 이미 티키타카식 전술에 대한 대응법을 보여준 바 있다.
물론 위의 두 가지 경우는 기본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와 독일의 팀컬러가 극대화 된 케이스였기에 가능했을 뿐, 일반적인 완벽한 대응법으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브라질이 스페인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 내용을 통해서 '스페인과 같이 볼 점유율을 장악하며 패스축구를 운용하는 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을 어느 정도 도출해낼 수 있게 되었다.
티키타카를 제압하는 경기운용을 하려면,,
1. 일단 볼터치와 볼키핑력 등.. 기본적인 기술을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한다
2. 강력한 체력으로 전방 압박이 있어야 하는데, 대충 압박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격까지 노릴 수 있는 인터셉트까지 감행하려는 의도가 있을만큼 강력해야 한다.
3. 공 잡은 상대선수를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패스할 공간과 틈을 주지 않도록 스피디한 공간압박 통해 상대의 패스를 차단하거나 빠른 역습을 감행한다.
4. 최전방과 사이드에 발빠른 선수들이 배치되어야 한다.
5. 상대가 압박을 가할 때는 주위 선수들과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탈압박 플레이를 펼치거나 정확한 롱패스로 발 빠른 선수를 활용해 역습을 펼친다. (무의미하고 부정확한 롱볼과는 완전히 다름!)
이번 컨페드 결승전에서 브라질은 바로 이와 같은 전술 운용은 물론 마치 도전자의 입장과도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스페인을 당황하게 만들며 스코어 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면에서도 스페인을 효율적으로 압도했다.
결국 스페인은 여전히 볼점유율에서는 앞섰지만, 상반된 경기 결과를 양산해 버린 비효율적인 축구가 되어 버렸고,, 반면 '강력한 포어 프레싱 + 빠른 터치 + 빠른 슈팅'을 전제로 한 바이에른 뮌헨의 '게겐 프레싱'이 스콜라리의 브라질에 접목되면서 스페인식 티키타카를 잡는 대응 전술로 부각되고 있다.
안정된 수비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축구를 강조하는 스콜라리 감독은 개인기에 의한 화려한 공격축구를 구사하던 브라질의 팀컬러를 바꾸어 놓은 대신 월드컵 우승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스페인에 대한 공략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제 이와 같은 스피디한 공간 압박과 빠르고 정교한 역습은 곧 티키타카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현대적인 축구의 전술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 팀이나 이런 전술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패스능력, 1차적인 볼터치능력, 볼키핑력 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기술은 당연히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선수 개개인의 강한 체력과 탄탄한 팀 조직력이 제대로 갖춰진 팀만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팀컬러가 실종된 우리 대표팀이 지향해야 할 현대적인 축구의 모델 역시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히딩크 사단의 유산을 이어 받은 홍명보 감독이 '한국식 축구'를 표방하며, 피지컬 트레이너를 다시 영입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