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 이근호의 골, 그리고 조커의 반란
"언제나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작렬시킨 이근호의 경기 직후 인터뷰 내용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상무 소속인 이근호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연습생부터 시작하여 2군 리그 MVP에 올랐고 대구FC의 1군 멤버로 활약하다 주빌로 이와타 등 J리그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K리그로 복귀하여 울산 현대에 입단한 뒤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당해 시즌 아시아 최고 선수에게 수여하는 AFC 올해의 선수상도 거머쥐었습니다.
또한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는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으며 한국을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기도 했지만, 동갑내기 천재 박주영에게 밀려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습니다.
밑바닥부터 성실하게 단계를 밟아 올라가던 선수에게 이러한 결과는 엄청난 상실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근호는 이러한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자신이 꿈꾸던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골을 기록했습니다.
운도 당연히 노력한 자에게만 따르는 것이죠.
사실 최근 평가전부터 박주영이 부진한 가운데 이근호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조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있었는데 결국 그 중심에 있던 이근호 자신이 월드컵 본선 실전 무대에서도 이를 입증한 셈입니다.
러시아전에서 우리팀은 최근 평가전에서 드러났던 우려를 불식시키고 조직적인 팀플레이를 선보이며 선전했습니다.
다만 러시아의 뒷공간을 넘나들며 상대 수비진을 더욱 괴롭혀야 하는 움직임이 다소 부족햇는데 이는 손흥민-이청용-구자철 뿐만 아니라 최전방에 포진한 박주영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물론 박주영 역시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상대 수비진영에서 예전만큼의 파괴적인 모션과 활발한 움직임은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이근호가 커버하면서 우리 공격진이 활기를 되찾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조커 지동원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타겟형 원톱 스트라이커를 선호하지 않는 홍명보감독의 성향상 이근호와 마찬가지로 중앙과 측면 플레이를 스위칭할 수 있는 지동원은 손흥민-이근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중볼 헤딩 경합에도 최적화 된 자원입니다.
물론 가장 큰 장점은 이근호와 같은 왕성한 활동량과 공격 1선에서의 수비가담 능력도 좋은 선수라는 것입니다.
물론 홍명보감독은 이근호와 지동원을 선발이 아닌 조커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팀과 상대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조커의 투입은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근호와 지동원.. 이러한 조커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어쩌면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결정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조커의 반란을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조별예선 2차전 상대인 알제리는 빠른 측면 공격과 함께 2선 침투가 능한 팀입니다. 그러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단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알제리와의 경기는 선수비 후역습이 아닌 초반부터 공격적인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강한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는 플레이가 승리의 관건이 되리라 봅니다.
아마도 적절한 시점에 이르러 이근호와 지동원이 바로 이런 역할을 다시 한 번 수행하게 되겠죠..
알제리전 승리와 우리팀의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