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경기 템포와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고민

 

카타르전이 임박한 요즘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바로 최강희감독일 것이다.

 

분데스리가에서 9골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득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손흥민에 대한 대표팀에서의 활용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드리블 스피드가 탁월한 선수 중의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영리할 정도로 공간 침투를 잘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 공간을 선점해 들어가는 손흥민에게 동료 선수들의 패스가 왠지 좀 줄어든 것이 찜찜하긴 하지만 지능적인 공간 침투 또한 손흥민의 장점이다.

 

문제는 대표팀의 경기 템포와 손흥민이 지닌 플레이 스타일의 융화다.

손흥민은 아직까지 대표팀의 에이스가 아니다. (실력 때문이 아니라 대표팀 스쿼드 구성이 그렇다는 의미다)

따라서 손흥민 플레이에 맞춰 득점루트를 극대화하는 공격전술을 세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유럽파 선수들이 각 소속팀에서 중요한 역할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도 그 유닛들의 집합체인 대표팀에서 그에 상응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바로 팀 스타일과 밀접한 템포와 관련이 있다.

 

함부르크-시절-골-세리머니를-하고-있는-손흥민
함부르크의 아들(SON), 손흥민

 

아시아에서의 대표팀과 상대팀의 경기 양상은 분데스리가나 EPL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 패스의 속도, 공격적인 성향, 킥앤드러시와 연계플레이 스타일, 오버페이스 조절타임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 손흥민은 이러한 부분을 감지해야 하고,
  • 대표팀은 손흥민의 강점을 파악한 뒤 밸런스를 맞춰야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자체 평가전에서의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 같다.

그러나 여러 관련글들의 행간을 보면 역시 대표팀 경기 흐름과의 조화가 문제인 것 같다.

 

한 마디로 치고받는 속공에 특화되고 오히려 지공에 약한 손흥민으로서는 의욕적인 플레이도 좋지만 경기 전반의 흐름을 스스로 읽어내는 플레이가 필요한 듯하다.

 

대표팀이 카타르의 밀집대형에 대비한 '미드필드 강화 + 원톱 포메이션'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만약 손흥민이 투입된다면, 가장 적합한 손흥민의 역할 포지션은 왼쪽 윙포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레알마드리드의 호날두 역시 맨유에서 왼쪽 윙포워드로 출발하여 지금은 거의 최전방 프리롤을 겸하고 있고, 차범근 전감독 역시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한 바 있다.

 

2002년 월드컵의 예를 들어 보면 당시 쓰리백 포메이션을 구축한 대표팀은 최전방 공격수에 대한 핸디캡 극복의 일환으로써 히딩크 감독이 1인 2 포지션을 주문했다.

 

쓰리백과 중원 압박을 위한 미드필드 강화책으로 인해 투톱은 고사하고 원톱을 운영하기도 녹녹지 않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전에서와 같이 닥공의 상황이 아닐 때는 황선홍과 안정환이 동시에 투입된 적이 없다.

 

다행히 안정환의 활약이 뛰어나긴 했지만, 기술적인 부분 외에 피지컬이나 헤딩장악력 등에서 열세인 안정환이 당시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기용된 것이라기보다는 거의 제로톱에 가까운 전형에서 중심축과도 같은 역할을 멋지게 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러닝으로-몸을-푸는-축구-대표팀
축구대표팀. KFA

 

이러한 작품이 가능했던 것은,,

 

  • 왼쪽 윙포워드를 맡은 설기현이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으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이며,
  • '이영표-김남일-송종국'이 버티고 있는 수비 라인 가운데,
  • 전방 MF로 나섰던 유상철이 때에 따라 파괴적인 센터포워드 공격 가담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당시의 설기현과 유형이 다른 선수이기는 하지만 현재 대표팀에서 비슷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물론 이것은 현재 소속팀 함부르크에서의 역할과 다른 오더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고 극복해야 더 성장한다.

 

원톱이 운용된다면 이것은 별도의 홀딩유닛 기용 여부에 따라 기성용이 전진배치 될 가능성이 있거나 기성용이 홀딩하고 구자철, 이근호 등이 2선 공격을 주도할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든 손흥민의 현재 역할은 왼쪽 포워드일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스타플레이어들의 집합체보다는 톱니바퀴와 같이 밸런스와 조합의 결정체가 되었을 때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다.

 

일단 서로를 알고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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