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은퇴] 아시아의 레전드 박지성을 추억하며...
아주 오래 전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유망주로 급부상한 이천수가 차세대 한국 축구 에이스로 거론된 적이 있었을 때 시드니 올림픽대표팀 명단에 박지성이란 생소한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왜소해 보이기까지 한 지극히 평범한 체격,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개인기, 그리고 별로 들어본적이 없는 이름.. 그래서 그저 임시 대체 선수로 발탁된듯한 생각이 들었던 선수였죠.
게다가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탈락할 제1순위로 꼽히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유상철만이 고군분투하며 일본에 비해 비교적 취약했던 우리 대표팀의 미드필드 포지션에서 박지성은 안정감 있는 플레이와 공수 양면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좌영표 우종국 라인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직전임)
그런데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고 수원 삼성 입단테스트에서도 낙방한 박지성을 먼저 알아본 것은 J리그의 교토퍼플상가였습니다.
명지대 시절부터 박지성을 주시하고 있던 J리그 쿄토 스카우터는 박지성이 허정무 감독에 의해 올림픽 대표팀 명단에 합류하자 바로 스카우트에 들어갔던 것이죠.
박지성이 K리그를 거치지 않고 명지대 2학년을 마친 뒤 J리그에 진출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물론 박지성이 아직 졸업하지 않은 상태였긴 하지만.. K 리그 구단 중 어느 구단도 적극적으로 박지성을 영입하려 하지 않았고, 아직까지 박지성을 J리그가 키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평생의 조력자 히딩크감독을 만났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영광을 누리고, 에레디비지에 아인트호벤으로 둥지를 틀면서 박지성 일생 일대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죠.
이 다음부터의 스토리는 축구팬이라면 이미 모두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일 것입니다.
마침내 은퇴를 발표함으로써 박지성 또한 이영표와 더불어 녹색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던 모습들은 이제 추억이 되었습니다.
박지성과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을 개인적으로 꼽으라면,,
① 2005년 아인트호벤 시절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선제골 장면과
② 2011년 UCL 8강 2차전 첼시전에서 터뜨린 경이로운 결승골,
③ 국대 주장으로서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 터뜨린 선제골과 당당했던 넘사벽 골세레모니입니다.
AC밀란전 골은 맨유 퍼거슨 감독에게 워낙 강력하게 각인이 되어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 전화까지 받으며 당대 최고의 빅클럽 맨유에 입단하는 계기가 되었고,
첼시전에서의 결승골은 맨유가 추억하는 명장면 중의 하나가 되었으며, 박지성이 명실공히 '강팀 킬러'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장면 중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일본전에서의 골장면은 한국팀 캡틴이 일본의 남아공 출정식을 초토화시킨 장면이면서 일본 축구팬들로 하여금 박지성의 클래스를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온갖 악조건과 편견, 그리고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진출했던 리그마다 인정을 받고, 빅클럽 맨유의 주장완장을 찬 최초의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 축구발전을 위한 행사를 주최하고,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월드컵 최초 원정 16강 진출에 일조했던 박지성이 마침내 막상 은퇴를 하게 되니 마음 한 편이 허탈해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시대,, 한국축구의 가장 영광스럽던 시기를 경험했고, 아시아 선수로는 요원하기만 했던 유럽 빅리그 빅클럽의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던 박지성이 있어 그동안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결혼을 축하하며,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하는 제2의 축구 인생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