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부터 우리 한국팀에게 드리워졌던 우려했던 여러 가지 부정적 요인들이 결국 카타르전 8강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빚어내고 말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시안컵 우승을 할 수 있는 적기라 여겼고, 그래서 기대가 컸던만큼 이에 비례한 실망감 또한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

흥겨운 잔치가 여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끝나버린 듯한 그런 진한 아쉬움 같은 느낌이랄까?

너무도 아쉬운 마음에 씁슬한 여운이 이내 가시질 않는듯 하다.

  

카타르전-패배로-아시안컵-4강-진출이-좌절된-한국-아쉬워하는-벤투-감독과-손흥민-그리고-카타르-선수들-모습
카타르 전에서의 각 표정들

 

손흥민을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스쿼드로 엔트리를 구성하고 러시아월드컵에서의 독일전 승리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리고 벤투 감독 체제 하에서의 상승 무드, 황인범, 김민재, 이승우 등 떠오르는 96세대의 가세..

이 모든 것들이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일단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한국축구가 이번 2019 UAE 아시안컵에서 또다시 이처럼 부진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축구는 계속 되어야 하고 와신상담 권토중래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번 아시안컵 실패 요인들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고로 이에 대한 부분들을 개인적인 단상을 담아 사항별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한국 2019 UAE 아시안컵 실패 원인

  

1. 대회 전부터 계속 이어진 줄부상과 구멍난 의무시스템의 부상병동 관리 체계

  

한국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거나 잠재적 부상 위험군을 내포하고 있었다.

공격 2선에서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키며 위협작인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최적화 된 유닛인 중동파 남태희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벤투 감독 체제 하에 적합한 수비 자원인 장현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아웃되었다.

  

대회가 시작되고도 홍철이 목발을 짚고 출국하는가 하면, 나상호는 이승우와 교체되어 그냥 돌아왔다.

손흥민은 피로가 누적된 채 합류했고, 구자철, 황인범 등도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고, 권경원, 이재성은 조기 아웃됐다.

중원의 핵심인 기성용 역시 햄스트링 부상으로 하차했으며, 이청용은 가정사로 대회 도중 귀국했다가 돌아가는 바람에 컨디션에 문제가 생겼고,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는 황희찬마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골을-넣고-환호하는-카타르와-허탈한-표정의-구자철
골을 넣고 환호하는 카타르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대표팀의 의무시스템에 대한 축협과 의무진 간의 부정적인 일면이 부각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대회 도중 의무진이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한 마디로 말해서,, 베스트 전력의 60~70% 밖에 가동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최강의 스쿼드로 엔트리를 구성해봤자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음이다.

 

2. 아시아팀들을 상대로 한 B플랜의 부재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팀이 추구한 팀컬러는 후방 빌드업에서 시작되는 효율적인 점유율과 유기적인 멀티 플레이에 의한 압도적인 경기 지배와 확실한 득점 루트 창출에 의한 골이었다.

물론 이것은 여전히 한국축구가 추구해야 할 방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만약 종전 패턴대로 경기를 했다면 분명 '뻥축구', '색깔없는 임기응변의 주먹구구식 축구'라는 비난이 쇄도했을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분명 우리보다 강한 팀과의 경기에서 나름대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미 우루과이, 칠레 등의 팀들을 상대하면서 이를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상대하는 팀들이 아시아 팀들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을 바꾸었어야 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A플랜 외에 우리보다 전력이 약한 상대의 '선수비 후역습' 패턴에 대응할만한 확실한 B플랜 역시 준비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B플랜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4-2-3-1전형 뿐만 아니라 공격진 자원의 변형이 전제되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리 한국팀은 4-2-3-1 포메이션은 물론 팀컬러와 선발 엔트리 모두 (부상이 아닌 다음에는) 변화가 없었다.

    

카타르전에서-볼을-다루고-있는-손흥민
카타르전 손흥민

  

문제는 이러한 한국팀의 패턴을 필리핀이나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변방의 팀들도 모두 꿰뚫고 있었다는 것이며, 심지어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이자, 8강전 직전까지 무서운 경기력을 보였던 카타르마저 수비위주의 밀집대형과 역습으로 한국을 상대했다는 점이다. (결국 중거리슛 한방으로 무너졌지만)

우리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일관된 경기 운용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백 심지어 텐백에 가깝도록 작정하고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하기에는 이러한 전형이 상대 수비진을 마구 흔들어 대는데는 한계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하긴 아시아 최강이라는 이란도 우리와 경기할 때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치는 경우가 있었을 정도였으니 아시아 팀들과 경기는 또다른 차원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차기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르기 전에 반드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3. VAR 때문에 안 해도 될 고생을 하고, 결국 VAR 때문에 울어야 했던 한국

 

일본인 주심 사토 류지가 관여했던 16강 바레인전에서 한국은 동점골을 허용하며 연장 혈투 끝에 김진수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이 바레인의 골이 오프사이드였다는 것이 밝혀져 AFC가 공식 사과하는 헤프닝이 있었다.

결국 한국은 이 득점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었을 연장전을 치르고 체력이 방전되고 말았다.

VAR 판독이 16강전부터 있었다면 그렇지 않아도 줄부상에 시달리는 한국팀은 아마도 이러한 불이익을 사전에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전-아시안게임에서-환호하는-한국팀-장면-참고-이미지
이전 아시안 게임 장면. 참고 이미지

 

 

 

  

그런데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는 이 VAR 판독 때문에 황의조의 동점골이 무효로 처리되어 결국 0대1로 패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사실 황의조의 동점골 장면은 거의 반발자국 정도 차이여서 주심이 그냥 골로 인정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으나 VAR 판독 결과 이러한 미세한 차이가 결국 우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말았다. (물론 부심은 이미 오프사이드라고 깃발을 든 상태이긴 했지만..)

 

4. 그 어느 때보다도 유난히 많았던 골대 맞히기

  

참 불운이라고 하기에도 머쓱할 정도로 이번 대회에서 우리팀이 맞힌 골대 수는 어림잡아 정말 10번은 되는 것 같다. 정말이지 하도 어이가 없어 가히 아름다울 정도의 횟수였다.

부상병동이라고 할 만큼 대표팀 선수단의 줄부상 만큼이나 한국팀에게는 유난히 운도 따르지 않는 불운이 겹겹이 따랐던 대회인듯 하다.

  

별의 별 개연성을 다 따지고자 한다면,,

아마도 중동에서 개최되는 대회이니만큼 한국을 포함해서 중동 이외 지역의 팀들에게는 불운이 겹쳤던 대회가 아닌듯 싶다.

4강에 오른 팀들 중에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란, 카타르, 그리고 홈팀인 UAE가 모두 중동팀들이다.

  

골을-넣고-환호하는-한국팀-이승우-참고-이미지
골을 넣고 환호하는 한국팀. 참고 이미지

 

이번 대회 8강전에서 베트남을 만났던 일본은 저조한 경기력에 비해 운이 따르는듯 어쨌거나 꾸역꾸역 승리를 챙기면서 비중동 동아시아 팀으로서는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다.

그러고 보면 메이저 대회에서 일본은 예전부터 대진운이나 경기운이 좀 따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영 지울 수가 없다.

 

우승을 하려면 운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5. 아시아 축구 판도의 변화에 따른 상대팀들에 대한 세밀한 분석 실패

  

이번 2019 UAE 아시안컵 판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중동축구의 강세가 매우 매우 두드러졌다는 점(2011년 대회의 4강에서는 중동 전멸, 2015 대회 때는 결승에 진출한 한국과 호주 세에 눌렸음)

둘째, 아시아 축구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

 

우리는 엔트리를 구성할 때부터 이미 이번에야말로 아시안컵 우승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충만했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번 대회 한국팀 엔트리 스쿼드가 자타가 공인하듯 정말 막강하다고 생각했고, 두번 째는 벤투 감독 체제 하에 새롭게 구축되는 플레이 시스템이 강팀들과의 경기나 평가전 등에서 효과를 보였으며, 세 번째는 분위기 그 자체로도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아시안컵-트로피
아시안컵 트로피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변화하는 아시아 축구 판도의 변화를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 대회 3위인 홈팀 UAE, 귀화 선수들과 막대한 투자로 강팀의 대열에 합류한 카타르, 아깝게 탈락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만한 실력으로 복귀한 사우디, 아시아의 영원한 다크호스 이라크, 그리고 아시아 최강 이란 

뿐만 아니라 마냥 약팀으로만 여겼던 팀들의 선전 등..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만 보고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시아 팀들이 어떻게 한국을 상대하면 되는지 잘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좀 더 진중하게 대웅할 필요성을 간과했던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2019 아시안컵 실패에 대한 철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한국축구의 미래와 강팀의 조건

  

일단 개인적인 단상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아쉽지만, '열심히 뛰어준 우리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잘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변함없이 응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축협의 개혁, 의무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서포트 지원시스템의 정비, K리그의 활성화 등등 수 많은 난제들을 극복해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 주축인 96세대의 활약을 확인했고, 정우영, 백승호, 이승우, 이강인 등 차기 황금세대의 주역들이 성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의 관심과 격려, 그리고 변함없는 응원이 한국축구의 미래이며, 강팀을 만들어 가는 가장 근원적인 원동력이다.

베트남의 사례와 자국 리그와 대표팀에 대해 열광적인 동남아축구의 열기를 보면 알 것이다.

  

관중이-꽉-들어찬-축구-전용-경기장-나이트-매치-그라운드-모습
그라운드 전경

 

이번 아시안컵 실패를 곧바로 벤투 감독의 실패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확실한 팀컬러를 구축하고 제2, 제3의 플랜을 만들어갈 시간을 주고 기다릴 필요가 있으며,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잔치는 끝났지만, 다음을 위해 모두가 인내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올림픽의 규모, 흥행, 인기, 그리고 영향력을 능가하는 축구는 결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축구 녹색의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전쟁이다.

한국은 이제 아시아 무대에서도 도전자의 입장으로 출발한다는 냉정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대륙챔피언인 아시안컵을 탈환하고 컨페드레이션스컵에 도전하는 날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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