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안방에서 펼쳐진 2017 WBC 제1서울라운드에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게 각각 1대2, 0대5로 연패하며 사실상 탈락이 확정 되었다.

  

2013년 1라운드 탈락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안방인 고척스카이돔에서 2연패를 당하며 추락했다는 사실에서 '고척 대참사'라 불릴만 하다.

    

미 언론들조차도 한국의 2연패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듯 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한국이 심각한 탈락위기에 놓였다. WBC가 시작하기 전에 한국이 첫 2경기에서 패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매체는 1라운드 A조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은 A조 호스트이기 때문에 경기 내용에 망연자실한 홈팬들 앞에 서게 됐다"라고 촌평에 가까운 논조로 부연했다.

 

한국팀의 패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대표팀은 선수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으며 급조된 상황에서 피로도가 극심했다는 컨디션 난조에 대한 궁색한 변명에서부터 전략 구상과 상대팀 분석이 전무했다는 책임론과 선수들의 무기력하고도 무책임한 자세에 대한 정신력 문제까지..  

모두 설들력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참담한 결과 앞에서는 그저 사후약방문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한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생각해도 19이닝 동안 1득점, 팀타율 0.203이라는 기록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패닉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무기력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상대 투수 중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도 있었지만, 투구 수 제한에 따라 상대하게 된 상당수의 불펜 투수들은 우리 리그보다 결코 더 낫다고 할 수도 없는 그들만의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타선은 맹물처럼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래도 KBO에서 알아준다는 타자들이 파울플아이 아웃을 당하고 번트를 실패하고 포볼과 몸에 맞는 볼로써 비로소 진루를 하는 등의 모습들은 차라리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각에서 '이게 한국야구 현실이다. 승리는 사치였지만 연봉은 잔치였다'라는 말이 나올만큼 이번 결과를 놓고 보면 KBO 타자들의 타율과 몸값은 모두 거품이었다는 지적이 무리는 아니다.

  

제1회 WBC 4강, 제2회 WBC 준우승,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금메달,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 그리고 국내 프로야구 열기에 따른 흥행..

여기에 도취되어 있던 한국 야구는 바로 직전 대회인 2013 WBC 1라운드 탈락의 교훈을 잊고 있었다.    

 

  

과거 야구의 변방으로 취급되던 유럽세의 급부상과 북중미 전통 강호들의 발호, 그리고 일본의 야구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 속에서도 우리는 그동안 과거의 영광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만과 착각에 의한 자아도취에 빠져 야구계의 '낯선 조류'를 미처 감지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야구가 아직 전 세계적인 인기와 주목을 받고 있지도 못하고, 메이저급 대회라고 할만한 세계 대회도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포츠 중에서는 그동안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해 왔고 가장 많은 선수층 및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그 위상을 떨쳐오기도 했다.

 

지만 이제는 이번 2017 '고척 대참사'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절실한 시점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이번 WBC 대회는 안방에서 벌어진 '우물 안 개구리들'의 참사로서 팬들의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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