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 동메달, 쇼트트랙 오픈레이스의 묘미와 치명적인 한계

자신과 상관없이 날아간 박승희의 금메달, 꼴찌가 어부지로 1등 금메달이 되는 쇼트트랙 규정의 한계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서 1위로 달리던 박승희가 결승점을 거의 눈 앞에 둔 시점에서 무리한 레이스를 펼치려던 영국의 크리스티에 의해 넘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박승희는 다시 일어나 재차 넘어지는 과정을 감수하면서 겨우 완주했지만,  와중에 꼴찌였던 중국의 리지안루가 완전히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얻게되어 현재까지의 종합순위에서도 한국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까지 연출되었습니다.

  

 

박승희의 금메달은 자신의 실력이나 과실과는 전혀 상관없이 완전히 물 건너 갔고, 고작 크리스티의 실격 처리에 따른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부상 선수 악몽에 시달려 온 한국 쇼트트랙 선수단의 희망이었던 박승희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입은 부상으로 다른 부문에 출전하는 것까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쇼트트랙의 묘미는 오픈레이스에 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처럼 기록을 위한 타임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출전 선수들이 함께 경쟁 레이스를 펼쳐 예선과 결선을 통해 승자를 정하게 되고, 말 그대로 작은 트랙(쇼트트랙)을 돌며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수 많은 변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타임레이스를 펼치는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는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상대 선수가 공평하게 배분을 하는데 반해 오픈레이스인 쇼트트랙은 출발 이후 유리한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 치열한 자리다툼을 펼쳐야 하며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실격되는 선수와 피해를 보는 선수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코너 구간에서 벌어지는 인코스와 아웃코스 공략에 따라 펼쳐지는 대역전극은 쇼트트랙의 절대 묘미이기도 합니다만, 결승전에서 억울하게 피해 본 선수의 구제책이 없고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가져가는 현 쇼트트랙 규정의 보완이 없이는 정정당당해야 할 동계올림픽 종목으로서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계속 노출하게 될 것입니다.

  

준결승까지는 이런 경우가 발생해도 어드밴스 규정을 적용해 상위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지만, 현재 규정대로라면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는 피해받은 선수가 보상받을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 국가에서 두 명 이상의 선수가 진출했다면 고의적으로 경쟁 국가 선수를 탈락시키는 시나리오도 가능한 셈이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① 쇼트트랙 결승전 규정만이라도 새로운 보완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각 부문마다 결승점을 남겨 둔 특정 지점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된다면 과실을 일으킨 선수는 당연히 실격 처리하고, 

② 박승희의 경우처럼 먼저 앞서 있는 선수가 경합과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경우에 한정하여,,

비디오 판독 결과 발생 직전까지의 순위를 그대로 인정하는 룰을 적용시키는 것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결승점 500m 부문에서는 결승점 100m를 남겨둔 지점을, 1,000m 부문에서는 200m를 남겨둔 지점을 지정하여 이와 같은 룰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지점이라면 이번 경우와 같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순위 변동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전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그 전에 더 치열한 경쟁 레이스가 펼쳐질 수도 있겠지만, 선수간의 기량차와 오버페이스 발생 및 밸런스 유지 등에 의한 한계 요인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과도할 정도의 양상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과실을 일으켜 실격되는 선수가 문제이긴 합니다만, 이 결과로 4년간 피눈물 나게 노력한 선수는 1위를 질주하다가 돌발상황에 전혀 개입되거나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탈락하고,, 꼴찌였던 선수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가져가며 환호하는 생뚱맞은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아무래도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국제빙상연맹 ISU는 비디오 판독 강화 등의 규정 보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예전에도 이런 문제로 잠깐 불거져 나왔던 쇼트트랙 동계올림픽 퇴출 논란이 언제 다시 고개를 쳐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준 박승희 선수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이제 본격적으로 출전하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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