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4-2 참패를 당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이미 예견된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무능한 축구협회의 적폐에 대한 불신과 온갖 악재, 그리고 대표팀 감독직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수 많았던 잡음들..

 

월드컵 최종예선 단두대 매치 단 두 경기를 앞두고 지휘봉을 잡았던 신태용 감독 한 사람의 역량으로 이 모든 악재들을 러시아 평가전을 통해 일소하길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이번 러시아전 참패의 충격은 그 도화선이 되는 시작점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작동되고 있었다는점을 상기할 때, 이러한 현실은 축구계 전반에 걸친 확고한 개혁의지 없이는 여전히 되풀이 될 것이란 자명한 사실 때문에 더욱 암울하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서 이번 러시아 평가전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들었던 신태용 감독 한 사람의 책임으로 섣불리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록 2대4 참패를 당했지만, 냉정하게 들여다 보면 2018 월드컵 개최국이자 홈팀인 러시아가 한국팀을 일방적으로 압도하지 못했고, 김주영에 의한 2번의 자책골(사실상 김주영은 모든 실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됐다)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망쳐놓았던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동기적 측면에서 볼 때 신태용 감독은 이번 러시아전을 대비해 나름 소신대로 팀을 운용하려 했던 노력이 엿보였다.

공격적 측면에서 약속된 세트피스와 다양한 옵션의 부분전술들이 최종예선전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몇몇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수비 부분에 있어 멀티플레이어 중용을 위한 이청용의 라이트 윙백 기용, 장현수의 변형된 스리백에서의 포어리베로 활용, 김영권의 레프트 윙백 기용 등으로 이영표-차두리 이후 여전히 메워지지 않는 윙백 공백에 대한 극복과 멀티플레이어 활용을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물론 김주영의 전무후무한 3분간 2자책골로 촉발된 '중국파' 수비라인 기용과 이로 인한 수비불안 책임 비난은 신태용 감독의 패착일 수 있다) 

  

 

한국 국민에게 축구는 이전부터 내셔널리즘적 측면이 강했다.

그래서 대표팀 경기 결과는 언제나 긍정과 부정을 떠나 큰 관심거리가 되어왔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에 걸맞는 시스템과 저변, 그리고 흥행의 척도와 축구 경쟁력 저변의 밑거름이 되는 K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그동안 쌓여온 축구협회의 적폐에 대한 불신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물론 월드컵 최종예선을 거치고 이번 러시아와의 평가전에 이르기까지 대표팀은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한국축구의 위기를 초래한 솔직하고도 총체적인 원인에 대한 자성보다는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면하거나 냉소적이거나 혹은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는듯한 분위기는 바뀌지 않고 있다.  

 

물론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이번 러시아 평가전 참패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결과와 분위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직을 맡아 악전고투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신태용호의 실험 의지마저 무너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거두절미하고,, 

더 이상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선수와 감독에게 강요하며 외면하고 보는 분위기부터 바뀌지 않는 한 축구계의 적폐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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