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해체와 포률리즘, 그리고 해경으로 근무하며 중국 불법어선 단속하고 있는 옛동료

       

강도 높은 후속 개혁 조치가 있을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해경 해체 소식은 다소 뜻밖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해경 해체 결정에 대해 책임 전가, 혹은 포퓰리즘과 중앙집권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기도 합니다.

   

  

해경 해체에 대한 배경과 본질적 문제 해결의 방향, 해경 해체로 인한 부작용과 문제점, 그리고 후속 대책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전후 사실관계를 주시하며 개인적인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자 합니다만,,

 

지금은 이러한 부분보다도 지금도 해경으로 근무하며 중국 불법어선 단속을 하고 있을 옛직장 동료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 역시 그와 함께 해경으로 지원하여 근무할 뻔 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죠.

  

중국어를 전공해서 중국 관련 업무를 하던 직장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해경 외국어(중국어) 특채에 응시하고자 하는데 함께 지원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금융위기로 인해 사회·직장 분위기도 좋지 않았고, 업무 자체도 회의감이 들 정도의 사안이 많이 터지던 때라 함께 해경에 지원할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해경 외국어 특채는 해당 외국어 구술면접과 체력검정을 통과하면 되는 전형이었습니다.

중국어는 나름 자신이 없었지만, 솔직히 선박 울렁증에 불법어선 단속하는 업무가 자신이 없어 그 친구만 응시했고 목표한대로 역시 당당히 합격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휴가차 서울로 온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어느덧 대략 3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였는데, 함께 직장생활 했을 당시 배도 좀 나온 친구가 삐적 마르고 얼굴도 거무튀튀하게 바뀌어 있더군요. 마치 군대 상병 휴가를 나온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술 한잔 하며 중국 불법어선 단속 임무가 매우 고되고 위험하다는 것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고, 조만간 경장 진급하고 제주도로 발령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다소 격조하여 연락이 뜸해지다 거의 끊기고 말았는데..   

 

그 당시 '아무리 직장생활에 불만이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곳을 박차고 나가 왜 이렇게 더 힘들고 위험한 직업을 택했냐? 직업안정성 때문에 공직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냐?'라는 저의 질문에 그 친구는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나친 갑을관계와 이윤추구를 위해 극단적인 수단까지 써야 하는 사기업 직장인 생활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중국어를 살려서 공익을 위해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비록 힘들지만 보람되고 만족한다'  그때 들은 이 말이 저는 요즘 들어 너무도 실감나고 공감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이번에 불행한 사태로 말미암아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그 책임을 물어 해경을 전격 해체한다고 하니 남의 일 같지만은 않더군요.

 

그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해보기도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사실 그동안 해경이 본연의 안전 및 구조 임무보다 수사와 외형적 성장에 치중해왔던 책임을 면치 못할 여러 사안이 있었다고는 하나,, 

일단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약 60여년 동안 해경은 우리 바다의 주권을 지키는데 일조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해경이 해체되고 나면 중국 불법어선에 대한 일관적이고 강도높은 단속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이 직접 중국 민간 어선(사실상 해적에 가깝지만)을 단속하는 것도, 국가안전처가 이를 이관받아 담당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경이 주요 기능을 이관하고 조직은 남는 것인지, 아니면 약 1만 6천 여명의 해경 소속 직원들도 모두 해체되는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속단하여 이야기 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사반세기 넘게 존속한 주요 국가기관이 관련 절차에 대한 논의없이 한 번에 해체되는 것도 충격적이며, 중국 불법어선들이 우리의 불행과 혼란을 틈타 멋대로 반사이익을 취하려 휘젓고 다닐 것을 생각하니 화도 납니다.

  

어쨌든 문제의 본질은 오로지 결과와 속도, 그리고 외형만을 중시하고 원칙과 안전, 그리고 윤리적 가치를 무시해온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표출되었다는 것이며,,

이러한 것들을 일소하고 우리사회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극약처방보다는 많은 노력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 담화 발표 다음날이 323명이 응시한 해경 실기시험날이었다고 하더군요..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